[기획] 증명하기 힘든 신기술…규제 샌드박스 적용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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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증명하기 힘든 신기술…규제 샌드박스 적용도 어려워
  • 오시내 기자
  • 승인 2024.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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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 승인 건수 증가에도 만족도는 저조…긴 행정기간·과도한 부가 조건 부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7%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7%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규제샌드박스의 긴 행정 절차와 소요 기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입할 때, 더딘 행정으로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간, 장소, 규모 등 일정 조건을 갖출 경우 현행 규제를 면제 및 유예하는 제도다. 국민의 생명·안전에 위해가 되지 않는 신기술을 먼저 시행해보고 규제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 신속히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ICT 융합, 산업융합, 핀테크, 지역혁신, 스마트시티 등 주요 분야별 부처들이 주관부처가 돼 규제특례부여 방식과 사후책임 확보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규율한다. 주요 부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있다.

16일 산자부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 승인 건수는 2019년 39건, 2020년 63건, 2021년 96건, 2022년 129건, 2023년 160건, 올해 1분기 2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누적 승인과제는 508건에 이른다.

산자부는 ‘규제샌드박스 2.0’ 체제로 돌입해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고 규제특례지원단을 출범해 선제적·능동적 제도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기획형 규제샌드박스는 기존의 사업자 특례신청 방식에서 벗어나 규제 개선 효과성이 높은 도전적 과제를 선제적으로 기획해 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규제특례지원단은 특례 승인부터 기업들의 사업화 성공까지 전주기를 지원하는 조직이다. 혁신적인 실증 과제 기획을 지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할 수 있는 실증 시험·인증을 컨설팅, 판로개척, 표준화 등 후속 사업화까지 밀착 지원한다.

반면 정부의 노력에도 규제샌드박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에 그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7%는 규제샌드박스 제도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 이유로는 ‘신청 후 승인까지 행정처리 기간이 길다’가 61.6%로 가장 많았으며, ‘규제 면제·유예 기간이 짧다’는 의견도 51.8%에 달했다. ‘지켜야 하는 부가조건이 많다’는 의견은 44.5%, ‘신청 관련 서류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37.2% 였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 신청 후 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90일에서 100일로 규정됐다. 하지만, 실제 참여 기업들은 소요 기간을 6개월 이상이라고 느끼고 있다. 정부는 소요 기간을 신청 접수를 기점으로 산정하고 있으나, 참여 기업들은 신청서 작성을 위한 컨설팅과정을 포함해 기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빠르게 등장하고, 투자를 통해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6개월은 길다는 해석이다.

규제샌드박스 신청 후 진행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점도 개선사항으로 거론된다. 신청서 접수 후 실증특례 승인이 결정될 때까지, 승인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하는 의견이다. 규제샌드박스 운영부처에 따라 정보제공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으나, 스타트업 대부분은 행정 처리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해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규제샌드박스 승인 후 부가조건을 완료하는 과정도 큰 과제다. 규제샌드박스는 승인 후 부처가 제시한 부가조건을 완료해야만 사업 개시가 가능하다. 조사에 따르면 승인 후 사업개시까지 걸리는 소요일수는 평균적으로 6개월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샌드박스 컨설팅부터 사업개시까지 걸리는 기간이 1년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부처가 요구하는 부가조건의 수가 많고 과도하게 엄격해 실행이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규제샌드박스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간 협업 미흡과 심의 책임자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로 지목된다. 신기술은 여러 부처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규제샌드박스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도 산재해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공백을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사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심사가 진행 중인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가 실증과 시장진출의 높은 진입장벽을 일정 부분 해소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진행 속도가 느려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며 “느린 속도로 생기는 공백 기간동안 스타트업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손실과 시간은 온전히 기업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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