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 민간 고급 임대주택 증가세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임대아파트가 기존 낡고 삭막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반 민영아파트 못지않은 주거 환경을 겸비한 대중화·고급화 단지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등 공공은 물론, 민간 건설사들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 공급으로 올해 초 입주한 과천지식정보타운 S10블록(포레드림)은 내·외관을 일반 신축 분양단지와 비슷하게 설계했고 층간소음 알림 등 고급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아울러 방을 세 개까지 늘리고 당구장·미술실·도서관 등 커뮤니티 시설과 실내 놀이터·돌봄센터 등을 겸비했다.
이곳은 임대아파트지만 영구주택과 국민주택, 행복주택 등을 포괄하고 소득에 따라 임대료 부담만 차등화했다. 입주 기준은 중위 소득 150%까지 완화해 무주택 중산층까지 살 수 있게 했다.
또 소형인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중형주택(전용면적 60~85㎡)을 신설해 무주택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다만 거주자의 소득이 낮을수록 임대료가 내려가고, 주변 전월세 시세의 최대 1/3 값에 30년 이상 거주가 가능해 기존 순기능을 살렸다.
LH는 이처럼 대중적이고 고급화된 임대아파트를 올해 7만호까지 공급한 뒤 앞으로 계속 늘린다는 방침이다.
서울에서도 임대아파트 고급화 움직임이 확인된다. 일례로 서초구 방배동 반포캐슬 한샘바흐하우스는 토지주 25명이 합심해 준주거 용지에 시공한 민간 임대형 고급 주거 공간이다. 오피스텔 12세대와 공동주택 44세대 등 총 56세대 규모로 지난 6월 입주했다.
이 단지는 주변 유명 상업시설은 물론, 4호선 동작역·7호선 이수역·9호선 구반포역 등 트리플 역세권 입지와 서래초·반포중 등 우수한 학군까지 갖춰 기존 임대주택의 입지가 불리하다는 선입견을 넘어섰다.
또 △내진 설계 1등급 △녹색건축인증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을 비롯해 규정 주차 면적보다 141% 많은 세대당 1.5대의 주차장과 시스템에어컨·오븐 등 기본 옵션 및 고급 내외장재 적용 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서울시도 지난 2022년 '서울 임대주택 혁신방안'을 통해 고급 임대주택 확대 방침을 내놨고, 하계5단지(1호)와 상계 마들단지(2호)를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서울 용산 일대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구 용산철도병원 부지에도 고급 임대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1호선 용산역과 4호선 신용산역 도보권 입지로 향후 주상복합건물 총 3개동이 지하 6층~33층 규모로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의 시행·시공을 맡은 HDC현대산업개발은 내년 8월 착공 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고척에서도 고급 임대아파트를 표방한 '고척아이파크'를 공급한 바 있다.
한편 공공임대 주택사업 위주로 사세를 확장한 '부영'도 기존 주거 브랜드인 '사랑으로'와 ' 애시앙(愛翅鴦·AESIANG)'에 이어 최근 '아모르하임(Amor Heim)' 등 네 개의 유사 이름을 상표로 출원했다.
부영이 신규 출원한 상표는 '사랑'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아모르(Amor)', '아모레(Amore)'에 집을 뜻하는 '하임(Heim)'과 최고급을 뜻하는 '하이앤드(Highend)' 등이 결합된 단어다.
업계에선 지난 몇 년간 대형사들에 이어 최근 중견 건설사들도 브랜드 세분화·고급화에 적극 나서면서, 부영그룹도 기존 서민형 임대주택 이미지에서 탈피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포석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