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46.5원까지 치솟아…2009년 이후 최고 수준
코로나19 이후 부담 누적된 면세업계에 위기감 가중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면세업계가 긴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의 영향으로 환율 쇼크까지 일어 불안이 고조됐다.
4일 시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46.50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15일 1488.0원 이후 15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150분만에 가결되면서 새벽 2시 환율은 1425원으로 하락했다. 이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1원(0.8%) 오른 1414.5원을 기록하고 있다.
환율이 요동치면 가장 먼저 긴장하는 산업이 면세다. 면세업계는 환율이 오르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생긴다. 달러를 기준으로 상품을 팔아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환율이 치솟으면 면세품 가격이 백화점 가격보다 비싸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국 수요 감소와 고환율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근 면세업계는 중국 경기 침체와 여행 트렌드 변화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다.
3분기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는 4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2분기에 이은 연속 적자다. 신세계면세점도 16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신라·현대도 각각 382억원과 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내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면세점의 매출 회복 가능성은 더 축소됐다. 이에 업계는 당장 적자 폭을 축소하기 위해 집중해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경영 선포에 이어 8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조직 축소, 임원 급여·업무추진비 삭감, 월드타워점 매장면적 축소, 특별 조기 퇴직 프로그램 등을 단행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달 15~29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유신열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은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신라면세점도 8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중국 관광객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군을 다변화하는 생존전략을 세웠지만, 여행시장에 계엄령 후폭풍이 이어진다면 면세 고객은 더 축소될 전망이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계엄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 외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 방문을 자제할 것으로 것을 권했다. 미국 국무부는 계엄령 해제 후에도 상황이 불안정할 수 있다며 평화 시위도 대립으로 변하고 폭력 사태로 확대될 수 있으므로 시위 지역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면세 업계에서는 시장 전체의 위기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에서도 면세점 임대료 감축은 어렵지만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일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만 계엄령 이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현하면서 면세 업계 지원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환율 변화가 치명타가 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환율 변화는 빠르게 안정된 것 같지만 불확실성이 커져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