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내각의 대폭 물갈이 움직임이 서서히 진행되는 가운데 여권에서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그대로 유임시킬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이 때문에 그동안 권력의 실세로 지목받아 교체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돼 온 김 실장과 남 원장의 향후 거취가 이번 세월호 참사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CBS 노컷뉴스>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직 인사를 알고 있는 한 여권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김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해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간첩사건 증거조작에도 불구하고 유임한 남 원장도 그대로 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이 김 실장과 남 원장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남재준 국장원장을 교체하지 않으면 내각 총사퇴에 따른 개각이 국민적 공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김 실장과 남 원장을 유임하려는 여권 핵심부의 흐름을 무응답으로 대신한 것이라고 한다.이를 감지한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남 원장은 뭐라고 할 수 없으나 김 실장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의 심기만을 너무 살핀 나머지 직언을 하지도 않고 시중의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사람은 필요 없으며,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한 국정원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 야권으로부터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 원장 해임론의 목소리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특히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긴급현안질문’에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대해 “(국정원이) 전화에 의해서 (세월호) 사고보고를 받았다고 돼있고, 그 보고는 세월호에서 선원이 보고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남 원장의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를 오전 9시 10분 전후에 보고 받았다는 국무총리의 증언에 따라 국정원이 세월호 침몰 초기에 어떤 대응을 했는지가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남 원장은 세월호 참사 하루 전인 지난달 15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아,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사퇴 요구 ‘뭇매’를 맞다가 세월호 참사로 위기를 피해갔다.만약 김 실장과 남 원장이 이번 세월호 참사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각의 총사퇴 풍파에서 살아난다면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나 ‘국가 대개조’ 공언이 또다시 진성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특히 야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의 조사 대상에 남 원장과 국정원도 포함시키도록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적어도 남 원장의 자리보존을 반대하는 국민적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