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총 4개 선거구 가운데 3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경기도 수원, 그중에서 수원丙(팔달) 지역은 정치신인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경기도지사를 지낸 야권의 ‘잠룡(潛龍)’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간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수원병 재보선은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의 등장으로 인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리면서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손 후보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졌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김 후보의 압도적 우세로 판세가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문제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과연 수원병 ‘혈투’의 승자는 ‘정치신인’이 될지 ‘거물급 잠룡’이 될지 1주일 후의 결과에 지역정가는 물론 전체 정치권의 눈길이 떠나지 못하고 있다.
40대 정치신인 김용남, 남경필 지사 후광 업고 ‘승승장구’
손 후보, 수원판세 선도는커녕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상황
남경필 후광? 정치신인 선전
김용남 후보는 수원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수원토박이’로 전 수원지검 부장검사 출신에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수원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40대 정치신인이다. 이런 프로필을 바탕으로 김 후보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손 후보는 그가 가진 정치적 관록으로 인해 오히려 부담스러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4선 국회의원이자 경기도지사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전력이 있지만 이 지역과의 연고가 적은 것으로 인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이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이 일어났던 것도 손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두 후보의 우열이 엇갈리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선친인 故남평우 前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후 2선을 달성하고, 남 지사가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1998년 15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내리 5선을 달성한 지역구라는 특성도 있다.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까지 22년간의 보수당의 텃밭인 ‘난공불락’의 지역이기 때문에 거물급 정치인인 손 후보가 등판했다고 해도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孫, 여론조사 金보다 10%p 뒤져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데 김 후보가 다소 앞서있는 상황이다. 23일 중부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가 50.9%를 얻어 37.9%를 획득한 손 후보를 13.0% 앞질렀다.
또한 CBS가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가 39.4%를 얻어 27.6%를 얻은 손 후보보다 10%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의 수원 전체 선거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에서 손 후보를 전략공천할 때는 그에게 이 곳에서의 승리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급 거물이라는 무게감으로 수원 전체 판세를 책임져달라는 역할도 기대했는데 이렇게 고전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야권의 수원 전체 완패 위기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재보선 기간이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투표율에 비상이 걸린 데다 수원병은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지역구라는 점이 손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역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9.6%를 기록해 경기도 전체 투표율의 52.6%보다 낮았고,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에서 최하위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막판변수, 金 재산축소와 야권 연대
손 후보에게 암울한 미래만 남은 것은 아니다. 선거 중반에 접어들면서 ‘인물경쟁력’과 야권연대 여부가 손 후보의 반전을 불러일으킬 변수가 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의 재산 허위축소 의혹을 놓고 새정치연합이 집중 공격을 펼치면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2일 오전 김 후보를 수원지방검찰청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는데, 김 후보가 보유한 땅의 지목이 대지인데 논으로 신고하면서 4억여 원이 넘는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1주일 남은 재보선 판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용남·손학규 두 후보가 격돌하고 있는 이곳은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출마한 지역이기도 하다.
정당 소속 후보로는 통합진보당의 임미숙 전 경기자주여성연대 상임대표와 정의당의 이정미 당 대변인 겸 부대표가 있고, 무소속 후보로 강방원 (사)화성디딤돌 대표이사(전 남수동 주민대책위원장)과 이계종 예비역 공군 소령이 있다.
임미숙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의원 후보로, 지난 6·4지방선거에는 수원시장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고, 이정미 후보는 17·18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으며 강방원 후보는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수원시의원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계종 후보는 이번이 첫 공직선거 출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