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7·30 재·보궐 선거 판세분석 ⑧ 광주 광산乙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광주 광산을(乙)은 박근혜정부의 ‘출범 정당성’에 대한 시비가 걸려있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맡았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으로 출마한 지역이다.이곳은 새정치연합의 ‘본산’이라는 광주의 지역 특성과 경쟁후보 중에 중량감이 있는 인물이 없다는 구도 특성 그리고 권은희라는 인물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할 때 굳이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결과가 빤히 보이는 지역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오는 30일 재보선이 끝나고 이튿날부터 임기가 시작될 ‘권은희 국회의원’이 어떤 활동을 벌일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새정치연합과 지지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치권 및 이념단체와 법무부를 필두로 한 검·경 수사당국이 ‘권은희 때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이다.여권은 19대 총선에서 야권 후보자들의 득표를 전체적으로 5% 가까이 깎아먹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용민 당시 민주당 노원갑 국회의원 후보의 ‘10여년전 막말’ 파헤치기와 유사한 효과를 ‘권은희 때리기’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새정치 공천 갈등 중심지…유시민 “공공재의 사적 사용” 비판
지역 승패는 확정이나 다름없지만 전체 판세 간접 영향에 관심
새정치연합 ‘공천갈등’의 중심
이곳은 6·4지방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후보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했던 이용섭 전 무소속 의원이 18·19대에 걸쳐 재선했던 지역이다.이 전 의원은 광주시장 출마의 ‘배수진’을 치겠다면서 탈당 후에 의원직까지 내던졌지만 강운태 전 시장과의 단일화에 패배하면서 정작 본선에서는 중도하차했다.이 전 의원의 의원직 사퇴 이후 수많은 신·구 정치인들이 국회 입성의 첫 관문이자 최종관문이나 다름없는 새정치연합 공천을 받기 위해 활동을 벌였다.이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호남권의 대표적 대선주자급 정치인으로 꼽히는 4선 경력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천 전 장관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시정을 이끌었던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도 눈에 띄는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그런데, 정작 새정치연합에서 천 전 장관은 경선 배제, 기 전 부시장은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으로 경쟁 선상에서 제외하면서 많은 갈등이 불거졌다.정치권에서는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사로 꼽히는 이근우 광주시당 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 성격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고, 급기야 ‘경선 배제’를 당한 천정배 전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도부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났다.이 상황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선택한 카드가 권은희 전 수사과정이다.권 전 과장 전략공천 소식에 천 전 장관은 즉각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불출마 선언을 해 공천 관련 내홍은 잦아드는 것 같았다.그러나 현 시점에서 권 전 과장을 공천한 것이 두 공동대표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도 적지 않게 쏟아졌다.이에 대해 정의당 소속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같은 경우 “권은희라는 민주진보진영의 공공자산을 두 대표가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촌평하기도 했다.새누리당 쪽에서는 권 전 과장 공천을 ‘사후매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과정에 상부로부터의 외압이 있었다는 권 전 과장의 ‘양심선언’이 야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허위주장이었고 이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공천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국회의원 권은희’ 사실상 확정
사법당국과 새누리당이 한마음 한뜻으로 ‘권은희 때리기’를 하고 있지만, 권 후보의 재보선을 통한 국회 입성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새정치연합 텃밭이라는 지역구의 특성도 있지만 권 후보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도 그렇다.천정배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면 혹여 모를 판세가 전개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권 후보에 맞서는 4명의 국회의원 후보들 중에 그에 필적할 정도의 파워를 느낄 수 있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자신감을 드러낸 것인지 권 후보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번 선거를 ‘무결점 선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하지만 새누리당과 극우보수단체들은 권 후보가 살아온 인생 전체에 대해 흠집을 내려 동분서주고하고 있어서 이미 ‘무결점’을 말할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이 지역에는 4개의 원내정당이 모두 후보를 냈고, 무소속 후보도 한명 도전장을 냈다.새누리당에서는 송환기 전 광산을 당협위원장, 통합진보당은 장원섭 전 중앙당 사무총장, 정의당은 문정인 당 부대표가 각각 출마했고, 무소속인 양창석 한국통일진흥원 전임교수도 출마했다.송환기 새누리당 후보는 올해 만 62세로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 광주·전남지부장을 역임한 정당인으로, 이 지역 후보자 중 가장 많은 50억4719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이 첫 공직선거 출마인 송 후보는 사기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받은 전과가 있다.권은희 후보는 40세로, 신고된 재산은 5억8832만원이며 변호사 면허를 가진 경찰관이자 국내 최초의 여성 수사과장으로 화재를 모은 바 있다. 대선개입 수사 관련 외압 폭로 후 승진에서 누락되고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재임하다 지난달 30일 사직했다.장원섭 통합진보당 후보는 48세로 현재 광산구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신고된 재산은 1억3289만원이고, 198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서울 고법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가 있으며 남자후보들 중에 유일하게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 광주시장 후보, 2012년 총선 광산구갑 지역구로 출마해 낙선했다.문정은 정의당 후보는 최연소인 27세이며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정의당 부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 나이다 보니 재산은 전혀 없는 것으로 신고했지만 세금은 140만원을 낸 점이 눈길을 끈다. 전과와 공직선거 출마경험이 모두 없다.양청석 무소속 후보는 54세로, 현재 (사)안전생활 실천 시민연합 광주·전남 부대표와 (재)한국통일진흥원재단 전임교수, 세영엔지니어링 대표로 재직중이다. 공직선거 출마는 이번이 처음인데, 전과기록이 3건으로 가장 많다. 뇌물수수가 1건, 음주운전이 2건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