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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세월호 참사는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온갖 비리가 얽히고설킨 총체적 비리공화국의 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민간과 관(官)의 유착관계는 물론이고,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내가 낸 세금이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건을 방치하는데 사용됐다는 자괴감이 이 사회를 우울감에 빠지게 만들었다.이러한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는 급속히 확산됐다. 안전에 대한 실천적 행동이 생활 곳곳에서 실행되고 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의 눈초리도 더욱더 매서워지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5일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패척결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1일만이다. 추진단 출범식에서 정홍원 총리는 공직사회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부패와 비리를 끝까지 추적해 그 근본 원인을 완전히 파헤쳐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부패와 비리의 먹이사슬이 광범위하게 존재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정치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추궁과 질책을 연일 쏟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여야간의 이견으로 진전이 없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느냐 여부 문제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7·30 재보궐선거 유·불리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정부는 부정부패자에 대한 기록을 영구히 남겨 감히 부정과 비리를 저지를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국민적 요구 이전에 이는 국가적 책무이다. 그동안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이달 말 부패척결 관계장관회의가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크다. 과거처럼 용두사미(龍頭蛇尾)식으로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관료들이 수두룩하다고 국민들은 인식하고 있다. 무엇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행동인지를 생각하지 않는 공직자는 정부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공직(公職)이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직장으로서만 기능한다고 생각하는 한 국가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직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세계적 뇌·신경 심리학자 이안 로버트슨은 권력을 잡으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설파하고 있다. 뇌에서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돼 목표 달성이나 자기만족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가지면 약자에게 호랑이로 돌변하는 모습을 우리는 일상의 갑과 을의 관계에서 오늘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인간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누가 믿겠는가. 오욕칠정(五慾七情)이 지배하는 우리의 삶에서 부정부패는 어차피 등에 짊어지고 가야할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정부패는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행동으로 구체화될 때 물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부정부패에 따른 손해가 더 크다고 인식할 때 자제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영원히 물밑에서 떠오르지 않도록 정부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