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승현군 父 이호진씨, 17일 주한교황청대사관서 성사 이씨 딸 “바티칸·전세계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 기억하길”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의 아버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직접 세례를 받았다.17일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이하 방한위)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7시께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故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에게 세례를 줬다.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다. 세례성사는 이 씨의 딸인 아름씨와 이씨 가족이 거주하는 안산지역 관할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 1명이 동석한 채 1시간 가량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씨의 대부(代父)는 교황대사관 직원이 맡았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이씨로부터 세례를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받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이날 세례 소식이 전해진 후에는 세례식에 참석한 이씨의 딸이자 故 이승현군의 누나인 아름씨가 아버지 이름의 페이스북에 일각에서 세례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한 심경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아름씨는 세례식 두 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9시쯤 ‘2014년 8월 17일.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받은 것에 대해서’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글을 통해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사실 드릴 말씀은 없다”며, “단지 우리 아빠는 지금까지 아이들과 남은 실종자들을 위해서 걸어오셨고 어찌하다보니 지금은 교황님께 세례를 받으셨다”고 밝혔다.
아름씨는 “하지만 교황님께 세례를 받아서라도 아빠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은 그 마음을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교황님께서 아빠를 기억해 주신다면 바티칸에 돌아가셔도 이 얘기를 해주실거고, 아이들 얘기도 해주실거고, 언젠가는 바티칸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아름씨는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에요”라고 지적했다.이어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 이름씨는 “설사 아빠가 세례를 받으려고 걸으셨다고 한들 쉽게 세례를 받은 게 아니라 사실 누구보다 어렵게 받은 거겠죠”라고 말했다.“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누차 강조한 아름씨는 “교황님이 아니라 어떤 누가 되더라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다”며, “모든 분들이 아빠를 응원해주시길 바라지않지만 누구보다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아빠라는 걸 조금만 알아주셨음 좋겠다”고 강조했다.아름씨는 “그 희망이 교황님께서 되어주신 거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바티칸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길 간절히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알아달라”고 호소했다.한편 공식 기록상으로는 한국 신자가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25년 만이다. 1989년 10월7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젊은이 성찬제’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배우며 세례를 준비하던 청년 12명이 선발돼 당시 방한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