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주류업계의 진흙탕 싸움이 다시 한 번 고개 들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는 하이트진로가 오비맥주의 대표 브랜드 ‘카스’에 대한 악성 루머를 유포했다는 단서를 잡고 서울 서초동 사옥과 대전 대리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이날 수서경찰서 수사관 10여명은 서초동 하이트진로 사옥과 대전 등지의 대리점을 찾아 악성루머 유포와 관련이 있을 만한 내부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달 6일 오비맥주 측이 자사의 주력 제품 ‘카스’에 대한 악성 괴담이 특정 세력에 의해 퍼지고 있다며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카스 품질에 대해 소비자 불안을 조장하는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회사의 명예와 브랜드 보호를 위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와 SNS를 통해 카스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글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 자문회의, 오비맥주 3개 공장과 유통 현장조사, 정밀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조사했고 카스 제품의 이취 원인을 산화취라고 결론을 내렸다.
산화취는 맥주 유통 과정에서 고온에 노출될 경우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속의 용존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키는 현행 인체 무해물질이다.
또한 카스제품의 산화취 원인물질은 민감도가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식약처 조사결과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회사차원에서 루머를 퍼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원인결과와 상관없이 실제로 이취가 발생하는 제품이 유통된 일을 경쟁사의 공작이라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자사 영업망을 통해 “6월 18일 오비맥주 대표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등 변질된 것을 오비맥주 직원이 직접 시음 후 시인, 오비맥주에서 총력을 기울여 회수 중이니 업소별로 상황파악 후 보고요망”이라는 지침을 영업사원들에게 전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확인결과 오비맥주의 제품 리콜은 전혀 사실무근.
앞서 지난 2012년 4월 하이트진로는 임직원들이 소주시장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에 대해 하이트진로의 전무 황모씨와 상무 장모씨에게 각각 벌금 2000만원, 팀장급 2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맥주 시장이 한동안 치열하게 점유율 공방을 벌이다 최근 한쪽으로 점유율이 쏠리는 경향을 보이면서 네거티브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며 “치열한 과점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보다 개발을 통한 성장에 대해 경쟁사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