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판결 잇따라…무분별한 카드사용자들에게 경종
신용카드 대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입장을 재확인하는 확정판결이 또 나와 무분별한 카드사용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1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최근 신용카드 대금 변제능력이 없음에도 물품구입비 등으로 2570만원의 빚을 진 Y(35)씨에 대한 사기죄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대전에서 자동차용품점을 운영하던 Y씨는 2000년 3월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 카드결제대금을 연체하지 않았지만 점차 가게가 영업부진에 허덕이면서 가게 임대료조차 내기가 버거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그런 와중에 Y씨는 2002년 8월부터 10월까지 카드사용이 정지될 때까지 현금서비스 1000만원과 각종 물품구입비 등으로 2570만원을 썼으나 갚지 못해 빚을 지게됐고, 결국 사기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르렀다.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물품구입비 등으로 쓴 대금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으나, 현금서비스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 검사가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카드회원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신용카드 대금을 성실히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연체되는 것이 아니라 과다한 부채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기망행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 만큼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또 “원심은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은 지급방법이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이뤄진 것이어서 사람을 속인 기망행위가 아니어서 사기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물품구입이든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인출이든 신용카드업자를 기망한 것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지난 8월 신용카드 대금 5,300여만원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J(33ㆍ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사기죄를 인정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 회원이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신용카드업자에게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며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신용카드업자의 금전 채권을 발생케 하는 행위는 카드회원이 신용카드업자에 대해 카드 대금을 성실히 변제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카드회원이 일시적인 자금 궁색 등의 이유로 채무를 일시적으로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 이미 과다한 부채의 누적 등으로 신용카드 대출금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있어 기망행위 내지 편취의 범의(犯意)를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로이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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