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일반적이지 않은 입점방식. 롯데쇼핑은 19일 새벽에 빅마트의 간판을 ‘말없이’ 롯데슈퍼로 바꿔 걸고 평소와 같이 영업을 진행했다. 이는 너무도 조용히 이루어진 탓에 매장 직원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광주네트워크 등 중소상인연합은 “SSM의 떳떳치 못한 입점”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대형업체 슈퍼마켓의 지역상권 진입에 논란이 빚어지자 롯데가 이를 피하기 위해 기습입점을 했다는 것.
롯데슈퍼는 2007년 광주 향토업체인 ‘빅마트’의 18개 매장 중 15곳을 인수하며 광주에 진출했다. 이는 광주 최초의 SSM 진출로, 현재까지도 광주의 SSM 업체는 롯데슈퍼가 유일하다.
광주 유통 체인점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빅마트’였기에 당시의 롯데 인수는 지역주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일부 중소상인 및 향토업체는 이번 진출을 두고 ‘지역경제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광주 남구 진월동 빅시티와 북구 매곡동 북부점, 전남 화순점 ‘빅마트’마저 2009년 12월 19일자로 롯데에 넘어간 것. 14년 동안 광주지역의 대표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빅마트’는 그렇게 무너졌다.
롯데, 2007년 광주 진출한 것부터 잘못
롯데슈퍼의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업 활동을 하다보면 있을 수도 있는 일에 주민이나 상인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빅마트가 경영난 때문에 먼저 롯데 측에 입점을 요청했다”며 “기존에 있던 점포에 들어간 것이기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형업체 슈퍼마켓의 진출에 반발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빅마트도 어차피 작은 회사가 아닌 하나의 기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의 김용재 집행위원장은 “14년 간 지역 업체의 납품을 받으며 성장한 향토업체 ‘빅마트’와 다양한 유통망을 소유한 ‘롯데슈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2007년도에 롯데가 광주에 진출한 것부터가 이미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 향토업체들이 자립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업체 슈퍼마켓인 롯데가 밀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하며 “향토업체들이 이 지역에서 돈을 벌어 광주 내에서 순환을 시켜야 하는데, 롯데슈퍼같은 대형업체들이 버는 돈은 서울 등의 타 지역으로 분산이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롯데슈퍼가 남은 ‘빅마트’ 3곳에 ‘기습 입점’한 것에 대해서도 “롯데슈퍼가 이번 입점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라 지적하며 “일부러 언론의 보도가 되지 않는 토요일(19일) 새벽에 간판만 바꾸는 형식으로 입점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롯데슈퍼는 식품매장 입구에 구청에 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간판을 내걸었다가 구청으로부터 철거 이행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의 관계자 역시 “내놓고 오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습 입점 논란’에 대해서는 “입점이 2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악의적 해석을 거부했다.
더불어 롯데슈퍼의 관계자는 “‘빅마트’ 직원들을 롯데슈퍼의 직원으로 채용하고, ‘빅시티’의 경우 기존 점포를 유지한다”며 이번 임대 입점의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기존 납품업체들도 그대로 유지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부는 누락된다”고 밝혀 입점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양이 있음을 인정했다.
‘SSM 물꼬 트인 광주’의 미래는
광주네트워크 김 위원장은 롯데쇼핑이 오래 전부터 광주지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2007년 12곳의 ‘빅마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완벽하게 광주를 ‘독과점’하기 위해 중소형마트를 위협하는 등 다수의 노력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광산구 수완지구에 입점하려다가 광주시로부터 SSM에 대한 사업조정조치를 받고 포기했다. 대신 이곳에는 광주의 중견 향토업체인 ‘텃밭’이 들어섰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의 관계자는 “롯데가 광주에 진출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나 중소형마트에 협박을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우리(롯데)는 작은 시장들과 경쟁하지 않으며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의 할인점과 경쟁한다”고 설명하며 롯데슈퍼가 지역 업체들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향토업체 ‘텃밭’의 관계자는 “지역유통업체에 비해 SSM이 상품선택의 폭이나 원가 경쟁력 면에서 우세”하다며 “이것이 SSM이 들어섰을 때 지역 업체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텃밭’ 관계자와 김용재 위원장은 공통적으로 “롯데의 광주 진출이 타 대형업체들에 있어서도 광주를 눈독들이게 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물류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있는 롯데가 광주를 ‘독과점’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타 SSM업체도 시스템을 갖추어 광주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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