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이진영 기자]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금통위에 차관이 한국은행법에 명시된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며, 매월 정례 금통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것에 대해 경실련이 8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기재부의 이번 조치는 금융당국의 KB금융 회장 선임에 개입논란에 이은 현 정부의 구시대적 관치금융의 또 다른 한 행태라고 보며, 자유 시장시스템을 존중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한다면 기재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은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이어 "기재부의 조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더욱 취약하게 할 뿐 아니라 이를 침해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경실련은  "한국은행법 제3조에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고 규정한 것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하는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의 특성상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이 언제든 상존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하기 위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경실련은 "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정부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여 취임 상견례 등 아주 예외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서 총 4번 정도 참여했을 뿐인데 새삼스레 기재부가 사실상 사문화된 열석권을 근거로 금통위 참석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과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기재부 스스로도 어제 배포한 자료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이를 관행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그동안 예외적인 경우만 참석했다'고 했는데 앞으로 금통위에 참석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앞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관행적으로 정착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름 없다"며, "사실상 70~80년 개발연대에 횡행했던 관치금융의 구태를 눈치 보지 않고 실행하겠음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기재부 장관이 금통위 구성에 금융위원장과 함께 1인에 대한 추천권이 있고, 다른 유관기관의 추천권에 있어서도 다양한 형태로 사실상 끝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를 통해 금통위 결정에 정부의 뜻을 전달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런 이유로 현재도 국내외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금통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재부 차관을 직접 참석시키겠다는 것은 금통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향후 금리정책 결정과정에 정부 입김을 반영시키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 이라며 "이미 국내외 시장참여자들은 최근 대통령이 출구전략에 대한 시기상조를 연이어 강조했다.

경실련은 특히 금통위와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던 상황, 그리고 금통위원장인 한은총재의 임기가 만료시점인 점, 한은의 조사권 강화 등 한은법 처리되지 않은 시기임을 지적하며 "기재부가 한은과 금통위에 부정적인 대통령과 정부의 뜻을 직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관치금융이 자유 시장 시스템의 기본가치들이 무너지고 구시대적 관치금융이 공공연하게 진행되면 앞으로 우리경제 전반에 심대하게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재부 차관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전달하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금통위원들은 직접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김이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반영될 우려가 높아 결과적으로 한은의 최우선 목적인 물가안정에 반하는 결정을 연이어 내놓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정부로서는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최근 400조 가까운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우리경제 앞날에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라는 국내외 경제기관, 전문가들의 지적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와 기재부의 의사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이로 인해 자산시장 등의 거품의 더욱 커지고 어느 순간 한계점에 도달 했을 때 갑작스런 거품 붕괴가 예상되는 등 우리경제에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경실련은 "결론적으로 기재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은 98년 한은법 개정이전 재무부와 재경원(기재부 전신) 장관이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면서 통화정책을 정부 입김대로 통제해온 시대로 후퇴함을 의미한다.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 불렸던 관치금융시대로 되돌아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경실련은 "기재부는 즉각 이번 차관의 금통위 참석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경실련은 금통위와 기재부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것이며, 기재부가 자신들의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금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고 관치금융 행태를 지속하며 시민행동을 통해 이를 바로잡는 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