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을 사랑한 게 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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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을 사랑한 게 죄인가요?’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6.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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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레즈비언’의 눈물에 가려진 삶과 애환
[매일일보=홍세기 기자] 레즈비언권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12월 26일 레즈비언의 시각으로 레즈비언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2005 국내 레즈비언인권실태조사 결과’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레즈비언들의 역사와 목소리를 재현하고, 현재 한국사회에서 레즈비언이 겪고 있는 차별 등의 실태를 심도 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소는 2005년 10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서울, 부산, 대구 에 거주하는 20대, 30대 레즈비언 507명을 대상으로 국내 레즈비언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20대 레즈비언 394명(77.7%), 30대 레즈비언 102명(20.2%), 10대와 40대 레즈비언 각각 5명(1.0%), 6명(1.1%)의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이들 중 72.3%가 대학교 재학 중이거나 대학교 이상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고, 26%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연구소측 설명이다. 또한 507명의 레즈비언 중 개신교 신자는 20.1%, 불교 신자는 18.3%, 천주교 신자는 8.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2004년에 ‘레즈비언권리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통계청이 1999년에 3만 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종교인구 비율과 매우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혐오(Homophobia)가 가장 심각한 집단 중 하나는 바로 종교집단이다. 동성애 자체를 죄악시하고, 동성애에 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거부는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진 종교인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

특히, 기독교계의 기독교인 중에는 절대로 레즈비언들이 없을 것이라고,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인권적인 행태에 관한 종교인 스스로의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의 실태 조사에 의하면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사람들이 모이고, 레즈비언에 관한 설문조사에 응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레즈비언 업소에 국한되어 있다.

실제 조사가 가능한 공간인 레즈비언 업소가 존재하는 지역은 서울,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이다. 기타 경기도 일부 지역과 대전광역시 등지에 레즈비언 업소들이 운영 중에 있기는 하나, 지역별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등 국내 대부분의 지역의 경우, 레즈비언들이 모일 수 있는 단 하나의 공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전국 단위의 면접을 통한 자기기입식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동성애에 관한 편견과 혐오로 인해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드러내기 어려운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지지할 수 있는 실제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불행한 일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레즈비언 업소가 운영 중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정정도의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 외 지역의 경우, 지역 인구가 밀집하는 특정 지역이 있을 뿐인 상황이어서 레즈비언 업소 등 레즈비언을 위한 공간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레즈비언의 직업, 수입은?

이들의 직업 분포는 학생 31.6%, 전문직 17.6%, 서비스직 12.0% 등으로 나타났다.
수입 분포는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34.0%, 7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 14.6%, 70만원 미만 13.6%, 200만원 이상 11.2%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참여한 레즈비언들 중 31.6%가 학생인 관계로 특별한 수입이 없는 비율이 2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 참여한 레즈비언들 중 61.9%는 혈연가족과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독립하여 살고 있는 경우는 17.0%, 파트너와 살고 있는 경우는 12.8%, 친구와 살고 있는 경우는 5.5%로 집계됐다.

레즈비언 10명 중 3명 이상이 혈연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참여한 레즈비언들 중 31.6%가 학생인 점을 미루어볼 때, 상당히 많은 수의 레즈비언들이 혈연가족과 분리하여 거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파트너와 동거 중인 비율로 12.8%로 레즈비언 10명 중 1명 이상이 파트너와 동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혈연가족으로부터 독립해 살고 있는 레즈비언 1인 가구와 레즈비언 커플로 구성된 가족형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을 위한 법률 등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한 논의조차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되고, 각종 세금 정책, 의료보험 제도 등의 제도적 혜택,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의 혜택 등을 받을 수 있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스스로 레즈비언임을 알고 정체화한 시기는 10대 61.5%, 20대 31.0%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10대 레즈비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편견을 불식시키는 결과이며, “모든 레즈비언 정체성은 생물학적으로 결정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레즈비언 정체성이 연령과 무관하게 선택 가능한 유동적인 정체성임을 드러낸다.

이 조사에 참여한 20대 레즈비언 비율이 77.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보아 앞으로 30대, 40대, 50대 이상 레즈비언들에 관한 실태조사가 가능해진다면, 20대 이후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55.9%가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레즈비언 2명 중 1명은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했던 경험이 있다.
이들이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한 이유로는 ‘가족, 친구 등 타인이 아는 것이 두려워서’ 29.5%, ‘동성애자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12.6%, ‘동성애는 비정상이라는 생각 때문엷 11.2%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교제 경험

한 개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은 다양하다. 개인은 자녀로서의 정체성,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 누군가의 친구로서의 정체성 등 수많은 정체성을 가진다. 레즈비언 정체성 역시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인 레즈비언 정체성의 문제는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갚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논함에 있어 “어떤 성의 사람과 성관계를 맺느냐”는 식의 정의는 성기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동성애 혐오와 편견들은 한 개인으로 하여금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갚의 문제를 개인의 선택으로 남기지 않을 뿐더러, 사회·문화·제도적인 차원에서 끊임없이 개입하고, 선택을 방해한다. 이러한 현실은 레즈비언으로 정체화 한 여성들이 스스로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하게 만든다.

레즈비언 정체성은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갚의 문제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 양질의 적절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이성애자로 구성된 이들의 제도결혼만이 정상이라 간주되는 우리 사회는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그 어떤 정보도, 교육도 제공하지 않는다.

제도교육, 혈연가정내의 교육, 사회교육 등을 통해 올바른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 정체성이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갚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칟경제·사회·문화적 인식전환을 위한 운동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최초로 교제한 시기에 관한 응답 결과는 10대 58.2%, 20대 34.9% 30대 이상이 1.6%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 역시, 레즈비언 정체성 정체화 시기에 관한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 조사에 참여한 20대 레즈비언 비율이 77.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미루어보아 앞으로 30대, 40대, 50대 이상 레즈비언들에 관한 실태조사가 가능해진다면, 20대 이후의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교제 경험이 있는 레즈비언들 중 33.5%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젼으로 교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32.0%는 ‘애인과 안정적인 관계지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의할 사람이나 기관이 없었던 것’ 8.1%, ‘상대방에게 고백하기가 어려웠던 것’ 6.9% 등의 결과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레즈비언들 중 59.4%는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대와 30대 레즈비언의 2명 중 1명은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레즈비언 증언사 기록 작업에 동참한 20여 명의 레즈비언들의 경우에도 이성교제 경험이 있거나 이성교제를 위해 시도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결과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했던 비율이 55.9%라는 높은 수치로 나왔다.

이는,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이성교제만이 정상이라는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인한 결과이다. 레즈비언 정체성이 비정상이고, 레즈비언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에 있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부정하고, 이성애자로서의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이유

레즈비언들이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한 결과는 ‘주변인과의 관계 변화에 관한 두려움’ 28.0%, ‘동성애에 관한 잘못된 사회인식’ 11.8%, ‘굳이 해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16.2%의 순으로 나타났다.

커밍아웃은 레즈비언 정체성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수용한 레즈비언이 타인에게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레즈비언들이 커밍아웃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이 타인의 이성애자 정체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는 행위이고, 이러한 행위를 통해 지인들과의 정서적·정신적 공유 그리고 지인들로부터의 지지를 기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이 만연한 상황에서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많은 레즈비언들에게 하나의 모험이며, 공포이다.

운동단체들의 사회인식 전환을 위한 사업 전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구축, 정체성으로 인해 받는 차별 및 피해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레즈비언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겪은 가장 큰 차별 및 피해

레즈비언 중 83.4%가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및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응답 결과는 ‘심리, 정서적 불안정’ 30.2%,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 갈등’ 28.0%, ‘학교, 회사 등 조직 내 불이익’ 5.9%, ‘아우팅 위협 및 협박’ 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레즈비언 10명 중 8명 이상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및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심리, 정서적 불안정’이다.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와 지식이 없는 우리 사회의 교육계, 상담계, 의학계 등에서는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해 “생물학적으로 이상요인을 가진 이들” 혹은 “성장 과정 중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이사항” 등 편견과 고정관념에 따르는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동성애 혐오와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부재로 인해 심리·정서적인 불안감으로 고통 받는 레즈비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의 존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연구소는 "레즈비언 정체성을 '비정상화'하고, '변태화' 하는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은 레즈비언 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직장 등 조직에서의 피해와 아우팅 협박 등을 매개로 하는 각종 범죄에 노출시킨다"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동성애 및 레즈비언 정체성에 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불식시키는 운동은 물론 적극적인 교육 방안 마련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사회인식 전환이 충분하게 이루어진 상황에서 레즈비언 정체성 자체를 악용하여 이루어지는 각종 범죄에 관한 실태조사와 함께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즈비언들의 세계>

-누구로부터 가장 도움을 받았나-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및 피해를 경험한 레즈비언들 중 31.7%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받은 이들 중 레즈비언 친구나 동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2%로 높게 나왔고, 레즈비언 인권단체, 상담기관 및 인권단체, 경찰 등 국가기관의 비율은 각각 2.5%, 0.3%, 0.3%로 낮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레즈비언 정체성으로 인해 겪은 레즈비언들의 차별 및 피해에 관한 사회적 지지망이 전무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심리, 정서적 불안정’,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 갈등’, ‘학교, 회사 등 조직 내 불이익’, ‘아우팅 위협 및 협박’ 등의 차별과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비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함을 나타낸다.

레즈비언 커뮤니티 중 주로 참여하는 모임

레즈비언 커뮤니티 중 주로 참여하는 모임으로는 ‘인터넷 사이트’ 34.3%, 레즈비언 업소 29.0%, 레즈비언 친목모임 25.7%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레즈비언 인권단체에 참여하는 비율은 5.2%로 낮게 나타났다.

최초로 참여한 레즈비언 커뮤니티

레즈비언들이 최초로 참여한 레즈비언 커뮤니티로는 ‘친목 모임을 포함한 인터넷 레즈비언 사이트’의 비율이 61.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서 ‘레즈비언 업소’ 10.7%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대, 30대 레즈비언 10명 중 6명이 인터넷을 통해 레즈비언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레즈비언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이는 인터넷 사용이 용이하지 않은 높은 연령, 소외 지역, 소외 계급 등을 고려할 때, 레즈비언들이 관련 정보를 얻기까지의 통로가 ‘인터넷’이라는 특정한 것으로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레즈비언 모임

현재 참여하고 있는 레즈비언 모임을 모두 선택하라고 하는 질문에 관한 응답결과는 ‘인터넷을 통해 가입한 레즈비언 친목 모임’ 40.9%, ‘평소 알고지내는 레즈비언 친구들의 모임’ 39.4%, ‘속해있는 레즈비언 모임 없음’ 10.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노후를 생각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

노후를 생각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한 응답 결과는 ‘안정적인 파트너 관계’ 46.0%, ‘경제적 안정’ 40.4%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레즈비언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보다 구체적인 분석보고서를 올 상반기에 제작·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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