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상준 기자] 오는 8월 15일 제70주년 광복절에 즈음해 단행될 특별사면의 범위와 대상에 기업인과 정치인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특사 명분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내걸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기업 총수와 정치인들이 이번 특사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인 중에서는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기업 친화적 국정운영을 표명한 바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수축되어 말라가고 있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절박감을 가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굶주려 있을수록 건조한 식도와 쪼그라든 위장을 적셔줄 따뜻한 국물이 우선 필요한 법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오너·총수)를 ‘혁신자(革新者, innovators)’로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혁신자는 조직의 주역이 된다. 기업은 항상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이노베이터(innovator, 혁신자)로서 함께 도약해야 한다.
지난 2013년 6월 7일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전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낸 모습은 바로 ‘퍼스트 무버’이자 ‘혁신자’이기 때문이다. 즉, ‘도전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총수의 의지가 그동안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어버린 삼성에서는 철칙이 되었다.
한마디로 기업 총수는 이윤을 추구하는 모험적인 기업·자본의 소유주다. 기업은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하는 자본의 조직단위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는 먼저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기업의 운명은 총수 또는 오너와 생존을 같이 해야만 성공을 이룰 수 있다. 조직원은 총수의 리더십을 원하고 총수는 조직원의 효율적 근면함을 원하는 것은 사칙연산과 같은 기초 중의 기초이다.그런데 요즘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의 시련과 고난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하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구속기소가 돼 감옥살이를 하고 있거나 병보석 중이다. 재판중인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이 아니다. 물론 앞으로 몇몇 총수들이 이 대열에 더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민국 기업사에서 정치적 비상시국을 빼면 이렇게 많은 대기업 오너들이 구속기소가 된 적은 없다. 세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이런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니 기업 투자 촉진이니 하는 얘기들은 공허하기만 하다. 총수 아니 오너들이 더 사악해진 게 아니라면 이는 결국 시절 탓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지금 감옥살이를 하거나 병보석 중인 대기업 총수들의 신세가 본래 곤란에 직면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곤란에 빠진 것은 스스로 불러온 것으로, 이는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지혜는 없으면서 도모하는 것이 크면 예외 없이 불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간단히 셈을 해보자. 현재 구속된 총수가 있는 3개 그룹만 생각해 볼 때 SK그룹 직원 수는 약 7만8000여 명, 한화그룹 3만5000여 명, CJ그룹 4만7000여 명 등 조직원들을 총수는 먹여 살려야 한다. 이들이 거느리고 있는 식솔(평균 3인으로 잡자, 미혼자들도 있으니깐)까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기에 각각 23만4000여 명, 10만5000여 명, 16만1000여 명. 약 50여 만명에 해당한다. 국가 총인구의 1%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직계식솔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3개 그룹이 사회적 기업으로서 역할과 함께 상생하고 있는 중견·중소기업들 식솔을 포함한다면 대한민국 인구의 3%를 거느리고 있다는 뜻이다.총수에 대한 벌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처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총수들의 죗값이 있다면 깜깜한 감옥이 아니라 현장에서 벌을 줘야 한다.용장, 지장, 덕장, 그보다 위에 ‘현장’이 있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길이 있다.” 이는 한 국가의 통치권자나 국회의원, 재계 오너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뿐 아니라 생산현장의 근로자들도 자주 강조하고 쓰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문장이다.총수들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책임감만큼 무거운 벌은 없다. 무엇보다 우선 기업에 혈액을 공급해 주자. 좁고 갇힌 감옥에서 나와 경영을 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