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자동차·조선주, 신저가 행진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코스피200의 구성 종목의 절반 가량이 청산가치보다 못한 주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9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200 종목 중에서 실적 전망치가 제시된 148개사 중에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종목은 68개사로 전체의 46%인 것으로 조사됐다.
PBR는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PBR이 1배 미만인 것은 주가 수준이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낮다는 의미이다. 이들 종목은 시장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불린다.특히 대형 수출주와 금융주의 저평가가 극심한 편이다.대표 수출주인 현대자동차(0.51배)와 포스코(0.38배), LG전자(0.66배), 한진중공업(0.37배), 현대중공업(0.44배), LG디스플레이(0.68배), SK이노베이션(0.58배) 등의 시가총액은 순자산가치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됐다.올해 2분기 조 단위의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의 PBR가 0.32배로 코스피200 종목 중 가장 낮다.우리은행(0.33배)과 하나금융지주(0.37배), KB금융(0.47배), 기업은행(0.52배) 등의 금융주도 심하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낮은 수준에서 합병 비율이 결정됐다고 지적한 삼성물산의 PBR는 0.8배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이들 저평가 대형주는 펀더멘털(기초여건)이나 업황 등 측면에서 이익 개선이 쉽지 않아 당분간 반등보다 저평가 상태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실제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PBR 수준에도 대형주들은 최근 신저가 행진을 하고 있다.지난 17일 증시에선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글로비스, KB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LG전자 등의 지수관련 대형주들이 일제히 52주 신저가로 추락하는 이례적 상황이 연출됐다.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산주의 매력은 자산을 바탕으로 이익의 규모와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있다”며 “저성장 위험과 이익감소 우려가 노출된 상황에서 기업이 자산을 얼마만큼 들고 있는지는 투자 매력이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국내 증시가 워낙 수출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세계 경기 침체에 계속 휘청거리는 모습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인색한 배당성향과 오너 일가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도 국내 대형 상장주의 오랜 저평가 이유로 꼽힌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PBR가 1배가 안 될 정도로 형편없다”며 “장부가치만큼도 주가가 형성되지 않다는 것은 주주들이 불만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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