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채용 앞장선 금융권...‘진심’ 혹은 ‘생색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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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채용 앞장선 금융권...‘진심’ 혹은 ‘생색내기’
  • 배나은 기자
  • 승인 2015.09.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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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인원 늘리고 회장 연봉 깎아...실제 채용 효과는 ‘글세’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청년 일자리 창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채용시즌을 맞이한 은행권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전년 대비 신입 채용 인원을 늘리거나, 회장의 임금을 반납하는 등의 적극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협의를 통해 이달부터 연봉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각 금융그룹 산하 계열사 대표이사와 전무급 이상의 임원진 역시 연봉의 일정 수준을 반납할 예정이다. 대표이사는 연봉의 20%, 전무급은 10%가량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3대 금융지주의 이 같은 행보에 지방금융지주 역시 보조를 맞춰 나가기로 했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 성세환 BNK금융 회장, 김한 JB금융 회장 역시 연봉 20%를 반납해 신규 채용 확대 등에 사용키로 합의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목적은 ‘신규 채용 확대’로 3대 금융지주와 같다.이 같은 경영진들의 행보는 정부가 청년고용 절벽 문제의 원인으로 정년 연장을 들며 임금피크제 도입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년에 가까워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깎아 조성한 재원을 신규 인력 채용에 투입해 청년 고용을 늘리자는 취지다.은행권은 채용 인원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국민은행의 일반직 신입사원(L1) 채용 규모는 전년대비 최대 62.0% 늘어날 예정이다. 파트타이머, 특성화고 채용 인원 등을 포함하면 최대 870명 규모다. 지난해 355명보다 145.0% 증가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보다 약 25% 늘어난 230명의 정규직 신입행원을 뽑을 예정이며 KEB하나은행의 경우 1기 통합행원으로 하나은행의 지난해 신입공채 인원(118명)보다 늘어난 약 180여명을 뽑을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하반기 채용규모를 당초 예정보다 550여명 대폭 늘린 1650여명으로 잡고, 이중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에서 450여명(은행 350명) 정도 신규 직원을 채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 우리FIS 등 계열사와 함께 총 240명 규모로 올 하반기 공동채용을 실시한다.그러나 정부의 청년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이 같은 은행권의 모습에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금융지주사 경영진들의 연봉반납을 두고서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연봉을 반납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데다가 당초 지나치게 고액 연봉을 받아온 것이 문제였는데 이것을 ‘희생’인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해당 기금이 신입 직원 채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역시 미지수다. 각 금융그룹 경영진이 마련한 연봉 반납재원은 KB금융이 연간 20억원 안팎, 신한금융은 25억원 정도, 하나금융은 27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룹별로 재원을 더 마련해 채용 규모를 늘리겠다고는 해도 이정도 규모로는 사실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처방이 될 가능성도 높다.탈스펙을 강조하며 더 많은 청년들에게 채용 기회를 늘린다는 선전 역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 은행들은 누구나 지원할 기회를 준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현직 종사자들은 합격자들의 나이나 학력을 비롯한 스펙이 예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탈 스펙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전체 스펙은 오히려 상향평준화 됐다는 설명도 있다.임금피크제 등이 청년채용을 늘린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임금피크제 실시=청년 채용 증가’라는 공식을 강조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실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받아 공개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따른 채용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임금피크제 도입 기관과 미도입 기관의 신입사원 채용률이 기대와는 정 반대로 나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의 신입사용 채용률이 거의 한결같이 높았다는 것이다.임금피크제와 신입사원 채용률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임금피크제를 그간 시행해온 금융권들의 채용 상황을 봐도 확인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우리·하나·외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일자리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지 8~10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결국 청년들을 위해 이 같은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청년의 이름을 팔아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임피제를 적용해온 은행들은 이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했지만 줄어든 비용을 신입 직원 채용으로 그대로 연결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다는 그 다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최근 은행권의 행보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측면 외에는 실제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별 영양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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