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가'라는데 쓸 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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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라는데 쓸 돈이 없다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5.09.06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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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물가 급등에 추석 앞두고 비상…저금리로 '월세전환' 러쉬→소비위축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간극은 커지고 있다.올 초부터 시작된 공공요금 인상에 여름 내 지속된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소득마저 감소하고 있어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6일 통계청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보다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한 뒤 9개월 연속 0%대 상승률로 정부는 경기침체 속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하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동월에 비해 평균 3.4% 상승했다. 특히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양파가 전년에 비해 74.2% 폭등한 것을 비롯해 파(48.9%), 무(33.1%), 마늘(32.3%)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산 돼지고기와 소고기 가격 역시 각각 7.5% 상승했다.농축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추석 차례상 비용도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19만6000원, 대형유통업체는 27만6000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9%, 0.8% 상승했다고 밝혔다.주거비 상승도 서민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있다.저금리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7월 기준 전국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5.5%로 2011년 33.5%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집주인들이 저금리로 낮은 이자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달 대비 매매가격은 0.27% 올랐고 전세가격과 월세가격도 각각 0.31%, 0.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월세가격이 크게 올랐다. 월세가는 전세공급부족으로 인한 월세전환 수요가 증가하며 지난달 대비 상승폭이 확대(0.01%p)됐다.공공요금도 오르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4.4% 인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외환경 악화로 9%(소매요금 기준)에 달했지만 서민경제 안정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요금 인상률을 4.4%로 최소화했다고 밝혔다.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광역좌석버스비가 1.9% 오른데 이어 지자체 광역버스 및 시내버스 비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민세와 쓰레기봉투 가격등도 줄줄이 인상된다.이런 상황에서 가계소득마저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1% 줄었다.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0.3%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전분기 대비 국민소득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0년 4분기(-1.9%)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정부는 이 같은 지표와 실제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통계 작성품목 변경 및 신지표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유경준 통계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지표를 개발해 오는 10월부터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유 청장은 “물가지수 481개 가운데 실제 소비자가 쓰는 품목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1% 이내로 나오지만, 집세나 생활물가는 3% 이상 오른 것으로 느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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