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명째 사망했지만 산재 인정 0건…진보신당·사회당 “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를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하나의 생명이 죽음의 공장에서 일하다가 유명을 달리했다. 2004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한 달에 130여만 원을 받고 일하던 박지연씨가 31일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올해 23세의 박지연 씨는 지난 200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를 했지만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까지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 백혈병, 림프종 등 조혈계 암 발병자가 22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들 중 벌써 8명이 죽음을 이르렀지만, 삼성과 한국산업 안전보건 공단은 단 한 건의 산재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온갖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위험한 작업환경 하에서 일하던 이삼십 대 젊은 노동자들이 급성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음에도 “업무환경과 관련이 없다”며 산업재해로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씨의 죽음에 대해 진보신당은 즉각 “노동자들의 잇따른 사망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것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며 “최근 이건희 회장이 ‘지금은 위기’라며 전격 복귀했지만,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이야말로 진짜 위기임을 삼성은 깨닫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삼성이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해왔다”고 증언하며 “제대로 된 노동조합만 있었어도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절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연이은 노동자들의 사망에 대해 이제 삼성은 거대기업으로써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며, “‘백혈병은 개인질병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임을 인정해 발병자 치료 및 사망자 보상에 성의를 다해야 하며,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사회당도 “항상 세계 1위를 부르짖지만 정작 삼성전자 일터에는 죽음의 그림자만 도사리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죽음의 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릴지 알지 못한다”며, “삼성전자는 지금도 백혈병, 림프종 등에 걸려 병마와 싸우는 이들과 이미 유명을 달리한 이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당은 “지금 당장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작업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며, “아울러 정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통해 다시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는 이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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