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롯데칠성, 탈세 방법까지 알려줘?’
세금계산서 ‘축소, 확대, 누락’ 다양한 방법 고안롯데 “회사는 전혀 무관, 영업사원 자의적 수정”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국세청이 최근 무자료 거래가 관행화된 국내 대형 식음료업체와 도매상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료 거래란 식음료업체가 도매상에 물건을 넘기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탈세의 주요수단으로 악용됐다.
지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날 오전 롯데칠성, 해태음료 등을 비롯한 음료회사에 조사반을 투입, 세무조사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에서는 식음료회사들이 도매상들과 거래를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축소 발급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는지가 중점 조사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매일일보>이 확인한 결과 롯데칠성 측에서는 이미 국세청의 세무조사 계획을 사전에 알고 해당 자료 등을 수정,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칠성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에 따르면 “이미 세무조사 2주전쯤 세금계산서 수정한 내용을 지우고 컴퓨터도 치우라는 지시가 지점마다 내려왔다” 며 “지금 영업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에서는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조사니까 벌금이나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식인 것 같다’ 고 얘기한다” 고 말했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나올 테니까 관련 자료들 지우고, 노트북을 치우라는 지시가 벌써부터 내려왔다” 롯데칠성 영업 대리점에 근무하는 한 판매사원의 말이다.
또 다른 지점의 영업사원은 “지난번 음료회사들의 탈세 관련 방송이 나가고 난 다음 세무조사 있을 것을 알고 준비를 한 것 같다”면서 “세무조사 나왔어도, 뭐... 자료가 별로 없으니까... 그 전부터 이미 컴퓨터에 입력돼 있던 거 미리 삭제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롯데칠성 측에서는 “아니 세무조사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 면서 “조사 나온 국세청 직원들조차 ‘여기는 왜 조사를 받는 겁니까?’ 라고 물었다” 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세금조사 나올 테니 자료와 컴퓨터 치워라’
매일일보은 지난 82호를 통해 롯데칠성회사와 지점 영업사원들간에 벌어지고 있는 법정 공방에 대해 다룬바 있다.
당시 영업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매년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고하기 위해 가판(아직 판매되지 않은 물건을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기재하는 방법), 일명 ‘밀어내기 식 판매’ 라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이런 식의 영업방법이 관행처럼 굳어져왔으니 당연히 가판 잡은 물량만큼의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아 장부상으로 미수금이 생기게 된다.
이에 영업사원들은 미수금을 줄이고 본사에 현금을 확보, 입금하기 위해 가판으로 잡은 물건을 각 지점의 관할 구역 외에서 덤핑판매(공급가격 이하로 판매)해 온 것이다.
서울 모 지점 영업사원 김모씨는 “회사에서도 심지어, 대표이사까지도 이런 사실을 훤히 알면서도 매출이 늘어나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묵인해 왔다” 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 영업부나 각 지점장은 관할 구역 외에서 덤핑판매 한 것을 추후 회사에 보고할 때는 관할 구역 내 거래처에서 회사가 지시하는 가격대로 판 것처럼 장부나 전산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여러 거래처로 분산시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설명이다.
영업사원들은 “이러한 사실을 지점장들은 물론 본사 측에서도 자세히 알고 있고, 심지어 회사에서 이런 방식으로 유도를 하기도 한다” 고 주장했다.
즉 회사에서는 실제거래와 장부상 거래가 맞지 않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하며, 전혀 거래가 없는 거래처에 대해서도 세금계산서 발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롯데칠성 이종원 사장은 이와 같이 관할구역 밖에서 덤핑판매가 이루어지는 점을 알면서 그 장부나 전산입력 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점관할구역에서 판매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해 맞추는 방법을 직접 고안해 쉽게 장부나 전산입력 자료를 작성할 수 있도록 '대체사업자'란 개념을 만들어 교육시기까지 했다” 는 것.
즉 대체사업자란 롯데칠성에서 세금계산서 수정을 용이한 방법으로 하기 위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래처를 존재하는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처 중 사업자등록번호는 같게 하면서 상호와 사업장 주소만 가짜로 만들어 전혀 다른 거래처에 물품을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 후 회사의 전산상으로는 사업자등록번호가 같으면 결국 세금계산서는 그 번호를 기준으로 해서 자동으로 한 사업자등록번호만 발행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따라서 사업자등록번호는 같지만 상호, 사업장 주소가 다른 여러 개의 실재하지 않는 가공의 거래처가 생겨나는 것이다.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이런 식으로 가공의 거래처와 진짜 거래처를 혼합해 장부를 기록하거나 전산입력 하도록 한 후 물품대금이 지대로 입금되지 않으면 실사를 한다면서 영업사원을 입회시킨 다음 거래선과 전산미수, 거래선 실미수, 차액미수를 조사하는 등의 행태를 벌여 온 것이다.
교묘한 세금계산서 수정 방법
영업사원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이처럼 롯데칠성에서 대표이사까지 나서서 세금계산서를 수정을 권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즉 처음 가판을 잡은 장부와 가판을 잡고 덤핑 판매한 실제거래선과의 불일치를 해소시키고, 거래선 중 매입금액을 줄이거나 늘리기를 원하는 거래선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또 덤핑판매로 인한 판매금액의 감소분만큼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과연 롯데칠성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세금계산서를 수정해왔고, 또 이것이 어떻게 탈세의 방법으로 사용돼 왔을까.
각 지점의 자료들을 살펴본 결과 롯데칠성의 세금계산서 수정 방식은 다양했다.
우선 회사에서는 세금계산서를 수정하기 전에 가판 잡은 장부대로 세금계산서를 각 거래선에 보낸 후 그 세금계산서를 영업사원을 시켜 회수하는 방법과 각 거래선에서 요구하는 금액으로 ‘거래확인서’란 양식에 맞춰 거래확인서를 받아 오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나중에 세금이 문제됐을 때 거래확인서에 거래선 점주의 도장이나 서명이 돼 있기 때문에 거래선에 책임을 미루고 거래확인서에 영업사원 도장이나 서명이 있기 때문에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가판 잡은 장부상 금액대로 발행해 발송한 세금계산서를 회수하지 못하거나 수정한 세금계산서에 맞는 거래확인서를 받아오지 못한 거래선을 따로 관리한다.
그 이유는 수정 전, 수정 후 2개의 세금계산서를 신고하는 경우 회사가 불명자료로서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징수 당할 수 있으므로 특별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는 방법은 실제금액보다 금액을 줄이는 경우에는 그 줄인 만큼의 액수를 전혀 거래가 없는 거래선에 판매한 것처럼 하거나, 실제 거래한 금액보다 더 많은 매입자료를 원하는 거래선으로 분산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점관할구역 외의 거래선에 자료를 분산시키기도 하고, 실제거래선을 누락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매일일보이 입수한 세금계산서 발행명세서를 확인할 결과 세금계산서 수정 형태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우선 실제로 거래한 거래선으로서 세금계산서 수정 전에는 있었으나 거래선의 요구로 세금계산서 발행 자체가 안 된 경우가 있었다.
이는 주로 소규모 거래선이며 현금계산을 하면서 세금계산서 발행 자체를 꺼리고 이미 발행된 세금계산서도 없애주기를 원하는 거래선이다.
다음은 거래가 전혀 없었으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준 경우도 있는데, 주로 안마시술소, 모텔, 음식점, 나이트클럽 등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위해 매입자료가 필요한 곳들을 상대로 수정한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지점 관할구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한 업소에 분산시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또 거래한 금액보다 줄여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는 것은 롯데칠성측에서 가판을 잡은 대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으나 점주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실제거래한 금액보다 줄여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한 경우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거래한 금액보다 증가시켜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기도 했는데, 이는 실제 거래가 있기는 했지만 거래한 금액보다 증가시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줄 것을 점주가 요구한 경우로서 주로 계약거래선이나 유흥업소 등이 해당한다.
한편 이에 대해 롯데칠성 관계자는 “세금계산서를 수정하는 것은 순전히 영업사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지 회사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회사에서야 출고와 매출의 합계를 맞추는 것인데 영업사원들을 일일이 따라 다니며 세금계산서를 어떻게 발행하고 수정하는지 알 아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회사의 탈세와 연관시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고 반박하며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문제가 자꾸 발생해서 회사 측에서도 대책 마련을 위해 최근 도매상 거래와 세금계산서 수정을 일체 중단시켰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업사원들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세금계산서 수정은 일부 영업사원에게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각 지점의 모든 영업사원에게 해당하는 것”이며 “세금계산서 수정 비율은 건수만을 따져도 20% 가 넘으며 금액으로 보면 많게는 50%까지 될 만큼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 고 설명했다.
또 회사 측 설명과는 달리 현재도 이런 방식의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고 있다고 영업사원들은 주장했다.
지방의 한 영업점 직원 이모씨는 “여전히 세금계산서가 수정되고 있는데도 회사에서는 세무조사 시기만 피해가면 된다는 심보다” 면서 “들리는 얘기로는 본사에서는 '많아야 추징금 한 300억 정도 물면 되지 않겠나’ 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솔직히 한 지점 세금만 추징해도 50억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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