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 ‘떨고있는 財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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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게이트 ‘떨고있는 財界’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6.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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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현대차 압수수색' 그룹 후계구도 수사 확대되나
검찰 ‘브로커 김씨, 정.관계 인사 검은 커넥션’ 수사
금융권, 재계 '김씨 수사 불똥 튈까 전전긍긍'

▲ 금융 브로커 김재록
[매일일보= 홍세기 기자]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당시 기업. 인수합병을 도와주며 거액의 돈을 받은 기업사냥 브로커 김재록(49)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6일 오전 현대차그룹 본사와 일부계열사를 압수수색하고, 98년 이후 현대차 그룹이 부품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몸집 불리기 과정에 대해서는 김재록 씨를 통해 정.관계에 로비를 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수사 소식에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M&A 관련 김씨와 기업들간 '검은 커넥션'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김씨가 기업체로부터 인수, 합병에 대한 청탁을 받고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부탁해 뇌물을 매개로 이를 성사시켰는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추고 있다.

김씨는 정,관계에 구축해놓은 광범위한 인맥을 토대로 DJ 정부가 추진한 각종 금융구조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수,합병의 달인', `기업 사냥꾼' 등의 별명이 붙었던 인물.

때문에 재계와 정, 관계에서는 이 사건이 자칫 '대형 게이트' 로 번질까 전전긍긍하며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씨가 브로커로 활동할 때는 IMF 사태 이후 정부가 145조원 가량의 구조조정 자금을 투입해 부실기업 판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정리대상기업을 국내외에 매각할 시기로 당시 우량기업들 이 지나치게 싼 값에 팔려나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구조조정을 거치며 30대 재벌 가운데 대우, 기아, 한보를 포함한 16개 그룹이 탈락했고 10개 그룹은 아예 공중분해됐지만 한화와 두산은 각각 초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던 대한생명과 한국중공업을 헐값이 인수해 각종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가 정리대상업체 워크아웃 및 매각 등에 관여했던 전, 현직 경제분야 고위 관료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점에 수사의 초점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리대상업체 매입을 희망하는 업체들로부터 청탁과 함께 검은 돈을 받아 경제부처 관료들에게 상당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관계 인사를 당장 소환할 계획은 없다" 면서도 "청탁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고 밝혀 DJ 정부 당시 김씨와 정, 관계 고위층과의 검은 커넥션이 있었는지를 알아낼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김씨가 경제부처 고위관료들에게 청탁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1월10일 검찰 조사에서 "기업 인수,합병 과정을 자문해주고 상담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뿐 정,관계를 상대로 부당한 로비를 벌인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알선수재 혐의는 부인한 것이다.

금융권, 재계 '나 떨고 있니'

만약 IMF 사태를 전후한 시기에 퇴출 위기에 처했던 기업들이 김씨를 매개로 정,관계 인사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융, 정치, 재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금융권과 재계에서는 검찰의 수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 사건이 ‘대형 게이트’ 로 번지지 않을 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검찰이 현대차그룹 본사와 일부 계열사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하자 재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인맥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이 옛 기아차 산하 부품업체들을 인수하는 과정 및 부품 계열사 공상 설립 인, 허가 관련 과정에서 경제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흔적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로비자금 수십억원이 김씨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 이 돈의 전달 목적 등을 규명하기 위해 27일부터 자금담당 실무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일단 이번 압수수색이 현대차의 건축, 인허가와 관련한 로비 자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이것이 단순 건축, 인허가 비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그룹 핵심부서인 재무, 회계부서가 있는 기획총괄본부를 겨냥하고 있고,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에까지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 측에서는 수사가 자칫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현재 D기업, L기업, G기업 등 한때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과 김씨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또한 조사 중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전 은행장 L씨, 정부 산하 기관장 O씨, 청와대 비서관 출신 L씨, 전 국회의원 K씨 등 정, 관계 인물 상당 수에 대해서도 수사의 초점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윤상림', 김재록은 누구인가

금융가에서 김재록은 일명 '금융계의 윤상림' 으로 불린다.

이는 작년 11월 검찰에 구속된 법조계의 거물 브로커 윤상림처럼 김씨가 금융계에는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거물급 로비스트임을 나타내주는 말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씨는 공고와 서울 모 대학을 나온 뒤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학과 미국 MBA 이력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김씨가 본격적으로 정, 관계 인물들과 친분을 쌓은 것은 90년대 중반 이한동 전 의원의 정치특보를 지낸 뒤 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전략기획 특보를 맡으면서부터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 금융계와 경제계 고위 인사들과 교분을 쌓으면서 '금융계 마당발' 로 통했다.

특히 김씨는 DJ 정부 당시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며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한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과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 따르면 김씨는 일명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될 정도로 이 전 총리와 막역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

김씨는 이렇게 정, 관계의 막강한 인맥을 바탕으로 정부가 추진한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환위기 이후 이자를 받지 못하는 ‘무수익 여신’(NPL)을 인수해 높은 가격에 처분하고, 자산관리공사의 용역을 따내기도 했다.

김 씨는 2002년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던 한 외국계 컨설팅 업체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대표를 맡아 왔다.

인베스투스글로벌은 대우상용차 매각 등 기업 인수합병 관련 업무, 고합과 쌍용차 등 워크아웃기업 구조조정 자문, 재경부 등 정부부처 경영진단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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