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갔다간 큰 봉변-오지여행, 정확한 정보 필수
지난달 초 터키로 배낭여행을 떠나 실종됐던 임지원(29)씨가 결국 3일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초 터키 배낭여행중 실종됐던 한국인 임지원(29)씨 시신이 현지시간 3일 오후 2시께 터키 이스탄불 외곽 골든 혼(Golden Horn) 해협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달 5-6일 현지 교포가 운영하는 동양호텔에서 묵고 7일 체크아웃 하면서 비행기 출발 때까지 여권과 배낭을 맡기고 나간 뒤 소식이 끊어졌다.
외교통상부는 “임씨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시민 제보를 통해 알려졌으며 살해당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고 전했다.
또, 현지 경찰은 뚜렷한 외상은 없고 독극물 살해여부 등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1∼2개월 뒤에 밝혀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배낭여행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커져가고 있다.
90년대 초 만해도 불과 2만 명에 불과했던 해외 배낭여행자 수가 지금은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글로벌 시대에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낭여행시 여행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준비가 덜된 상태로 갔다는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유병길(25)씨는 지난해 4월 뉴욕을 여행하면서 당한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멎는 것만 같다.
전시장을 찾았다 숙소로 향하던 유씨는 총을 든 흑인 3명에게 지갑은 물론 가지고 있던 소지품 전부를 빼앗겼다.
유씨는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강도 사건이지만 해외는 다르다.
총을 가지고 위협을 하기 때문에 그 공포는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강도 및 소매치기 범죄를 여행 중 한 두번 더 겪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에는 영국을 여행하던 유학생이 피살됐고 2004년에도 인도 여행하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단순 강도 폭행사건에서도 2003년 10월 에티오피아 남부지역을 여행하던 대학생 최모(26)씨도 2인조 강도에게 지갑과 목걸이 등을 강탈당했고, 지난달 26일 대학생 김모(23)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도심에서 5인조 흑인강도에게 여권과 지갑과 노트북, 시계 등을 빼앗겼다.
김씨는 반항하려 소리를 지르다 폭행까지 당했다.
이렇듯 한국 배낭여행객을 노린 강도·폭행 등 강력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발생된 한국인 피해자 수는 2448명이고 이중 피살 된 사람은 54명, 돌발사고 등으로 사망한 사람은 215명이다.
모험심 준비없는 도전은 화 자초
유씨의 사고 경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에서 일어난 사고지만 중동이나 아프리카 같은 곳은 문제가 달라진다.
최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로의 여행을 즐겨 찾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잘 알려진 여행지나 대도시에서 보다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배낭여행 족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에 넘친 나홀로 배낭여행객들은 오지를 주로 찾기 때문에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원인이 잘 밝혀지지 않고, 범인이 잡히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한다.
게다가 여행객들은 사고를 당해도 피해보상이 어렵고 기껏해야 여행자보험 정도다.
정부는 배낭여행객과 관련된 사고 통계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여서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여행지의 치안 상태를 한국과 같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생각이라고 경고한다.
“오지를 여행할 때는 현지 치안사정과 정치 불안요소 등 여행지의 사정을 사전에 경험자를 통해 상세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관심한 행정도 사고를 부르는 원인 중에 하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전한 배낭여행을 위해서는 일본처럼 정부 차원에서 현지의 종교, 질병, 기후, 정치 상황, 국민성 등을 철저하게 사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일단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는 피하고 안전한 여행지를 선택해야 하며 여행 중 한국인 동료를 만나면 서로 정보를 교환해 위험 지역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혼자 다니는 것은 피해야 하고 범행을 당하면 번거롭더라도 상황이 생겼을 때는 현지 경찰과 주재국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에 신고해야 한다. 여권 뒤에 명시된 영사 콜센터에 신고하면 신속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교통상부는 해외 배낭여행에서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각국의 치안상태와 테러위험 정도를 토대로 여행경보 국가를 지정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안전여행사이트를 이용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해외안전여행사이트는 국가별 안전수칙과 신변안전을 위한 유의사항을 설명하고, 여행지별 생활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배낭여행 30만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무작정 모험심과 도전정신만을 가지고 해외로 눈을 돌리지 말고 여행자 각자가 여행에 관한 정확한 정보수집과 안전의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 한결 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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