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민성아 기자] 대법원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방영 소송에 대한 상고심 심리를 개시했다.이 다큐멘터리는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맞물려 편향적인 역사교육의 소재로 이용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8일 대법원 특별3부에 배당된 이 사건의 주심을 김신 대법관으로 지정하고 RTV 측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답변서 등을 바탕으로 법리 검토를 시작했다.2013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백년전쟁은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진보·보수세력 간의 ‘역사전쟁’을 촉발했다. 이를 방영한 시민방송 RTV를 정부가 “편향됐다”는 이유로 제재하며 법정 싸움으로도 이어졌다.백년전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검정교과서 집필진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전교조와 함께 거론한 단체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교과서에 이은 또 다른 논란이 불 붙을 전망이다.백년전쟁은 이 전 대통령 편인 ‘두 얼굴의 이승만’과 박 전 대통령 편 인 ‘프레이저 보고서 제1부’ 등 두 편이 제작됐다.
각각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로 사적 권력을 채우려 독립운동을 했다는 내용과, 박 전 대통령이 친일·공산주의자이며 미국에 굴종하고 한국 경제성장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챘다는 내용이 담겼다.RTV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013년 1월∼3월 이 두 편을 모두 55차례 방영했다.이에 방통위는 그해 8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다뤘다”며 프로그램 관계자를 징계·경고하고 이 사실을 방송으로 알리라고 처분했다. 하지만 RTV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1심과 2심은 백년전쟁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화했을 뿐 아니라 인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혹 제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입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집·재구성해 사실을 오인하도록 적극적으로 조장했다”며 RTV에 대한 제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예컨대 ‘박정희가 해방 후 공산주의자로 활동했다’는 백년전쟁 방송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5·16 군사정변의 내용과 그 이후의 행보를 볼 때 그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또 박 전 대통령의 친일 행보에 대한 부분도 “일본의 근대화를 존경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백년전쟁은 백년 전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대립구도가 현재까지 진보와 보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