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파마' 라면, 시커먼 기름 묻어 나와
해당 제품 먹고 편두통 증세 호소하기도농심 '폐유 아닌 팜유' 해명 속 논란 분분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최근 서울에서는 국내 최대 스낵 및 라면 업체인 농심의 주최로 '세계라면총회'가 열렸다.
10여개의 회원국과 80여개 라면업체 최고경영자 등 3백여명이 참석해 '라면과 함께하는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총회를 가졌다.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해마다 전세계에서 860억개의 라면이 소비되는데 이중 국내 업체들이 한해에 생산하는 라면은 무려 36억개에 달하고 우리나라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라면은 '주식'과 다름없다는 얘기.
이 가운데 농심 라면은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즉 '밥 먹듯이' 라면을 즐겨 먹는 사람 10명 가운데 7명은 농심 라면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농심에서 생산하는 대표적 라면인 '무파마' 제품에서 '폐유'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의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제품을 사 먹은 한 사람은 편두통등의 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고.
과자가 어린이들의 '아토피'를 유발시킨다는 한 방송으로 불거진 식품업계의 유해성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대표적 라면업체인 농심 제품에서 이런 안전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 농심조차도 이런 상황이니 뭐하나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강저널리스트 이마무치 고이치는 인스턴트 라면을 두고 "식품업계가 낳은 20세기 최대의 걸작"이라는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21세기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식품'이라며 라면에 대한 양극의 의견을 보였다.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약 860억개가 팔리는 라면은 사랑을 받는 것과 동시에 끊임없이 '건강에 나쁘다' '나쁘지 않다'의 찬반 논란에 시달려왔다.
라면이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라면 면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과 스프에 들어있는 조미료 등이 체내에서 암, 동맥경화, 뇌출혈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라면에 사용되는 기름은 식물성기름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왔다.
하지만 최근 농심의 '무파마'에서 발견된 기름은 라면의 유해성 논란을 무색하게 만들며 라면을 '먹고' '안 먹고'를 떠나 식품 위생상 식감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무파마', 봉지 뜯자마자 시커먼 기름 묻어 나와
얼마 전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울산에 사는 최모씨가 '무파마' 라면을 먹기 위해 봉지를 뜯자 시커먼 기름이 묻어 나왔다고 한다.
이모씨 역시 지난 1일 동네 슈퍼마켓에서 무파마 라면 2개를 사서 이중 하나를 끓여먹고는 편두통 증세를 호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취재진이 같은 슈퍼마켓에서 라면 5봉지를 사서 확인한 결과 한 봉지에서 또다시 폐유 찌꺼기가 발견됐다고 뉴스는 보도했다.
<매일일보>은 문제의 무파마 라면이 발견된 울산시의 남구청 위생과에 문의한 결과 역시 기름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라면에 묻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민원인이 제품을 들고 왔는데 스프 겉봉지와 라면에 기름이 있었다" 면서 "아마도 스프에 묻어있던 기름이 라면에도 묻은 것 같다" 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민원을 제기한 사람 말에 의하면 이 라면을 먹고는 배가 아픈 증상 등이 나타났다고 한다" 고 말했다.
해당 라면의 제조공장이 있는 부산지방 식약청은 "일단 조사에 들어가 봐야 알지만, 단순 이물질이면 시정명령에 그치겠지만 위해성이 입증되면 식품법을 적용해 판매 금지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이에 일차적으로 부산 사상구청은 기름이 발견된 무파마 라면의 생산 업체에 위생점검을 실시했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면서도 "확실한 검사를 위해 무파마 제품을 부산 보건환경연구원에 맡겨 정밀분석 중인데 결과는 조금 기다려 봐야 알 것이다"고 설명했다.
농심 측은 처음에는 라면에 묻었던 기름은 '폐유'가 아니라 '팜유'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자동으로 포장되는 라면 스프 겉봉에 생산 시설의 롤러 윤활유인 팜유가 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기계공정에 쓰이는 기름은 일반 공업 기름과는 다르게 팜유를 이용해 적절하게 만든 것이다" 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되자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폐유가 됐든 팜유가 됐든.. 뭐든간에 이물질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관리상 소홀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름이 스프 안에 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포장에 묻어 있던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이 무파마 라면은 부산보건환경연구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분석의뢰를 한 상태로 이번 달 말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과연 라면에 뭍은 기름이 공업용 폐유인지, 아니면 농심 측에서 바라는(?) 대로 팜유인지는 정확한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문제의 기름이 어떤 성분이냐를 떠나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뭔가 이물질이 묻었다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대기업 농심에 위생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데 불안해하며 뭐하나 마음놓고 먹을 것이 없다면서 인터넷 까페 등에 통해 불만 사항을 올리고 있다.
한 소비자는 "얼마 전에도 무파마 라면을 먹었는데 혹시 내가 먹었던 제품에도 뭔가 묻어 있었으면 어쩌냐" 고 걱정했고 또 다른 소비자는 "이제껏 먹은 라면이 얼만데.... 인제 라면도 먹지 말아야 겠다" 며 강한 불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또 다른 소비자는 "몇 년 전에도 농심 안성탕면인가가 문제였는데, 또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디 농심 제품을 먹을 수 있겠냐" 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오마이뉴스>는 전북 익산에 사는 L모씨가 구입한 농심의 안성탕면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이 소비자는 '끓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라면을 끓였는데 냄새는 여전했다는 것.
그러나 '설마 이상이 있을까?' 라며 라면을 먹었고 결국 함께 먹은 가족들 모두 설사 등의 배앓이를 한 것이다.
더욱이 전북 지역 대형할인점 판매원들에 따르면 "구입해간 농심 안성탕면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소비자들이 리콜을 요청해 라면을 바꿔 갔다" 고 기사는 보도했다.
농심, 유럽선 방사선 처리 표시 안 해 '판금'
한편 농심은 한때 아일랜드 식품기준청(FASI)으로부터 방사선 처리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은 사실까지 뒤늦게 밝혀져 한바탕 곤혹을 치뤘다.
FSAI는 지난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농심의 해물탕면과 삼양의 짜짜로니와 해물파티 등 3개 제품이 원료에 방사선 처리를 했으나 제품 포장에 이를 표기하지 않아 유럽연합(EU)의 식품 표기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FSAI 검사 결과 해물탕면은 양념 수프, 짜짜로니와 해물파티는 건조야채에서 각각 방사선 처리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따라 FASI는 해당 제품에 대해 수거 및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으며, EU 집행위원회와 다른 회원국들에게도 긴급경보시스템을 통해 이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
이에 앞서 영국 식품기준청도 지난해 6월 신라면, 짜파게티 등 농심 제품들에 대해 방사선 처리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농심측 관계자는 "우리는 전 제품에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면서 "지난해 6월 영국에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던 것은 '방사선 처리를 했을 수도 있는 제품'에 대해 처리 표시를 안했다는 이유에서 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 영국으로 직접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본 결과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분석됐다" 면서 "영국 식품기준청과 분석하는 방법, 결과에 대한 해석 등에 차이가 있어 발생한 일이다" 고 말했다.
또 "아일랜드에서 논란이 된 제품 역시 지난해 6월 영국에서 문제가 된 이후 아일랜드에 대해서도 수출을 중단했던 것인데 그 때의 제품에 관한 일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고 해명했다.
분석기관의 확인을 거쳐 현재는 영국과 아일랜드 모두에 제품을 문제없이 수출하고 있다고 농심 측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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