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민성아 기자] 최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공포의 쿠팡맨’은 취업 스트레스에 못 이긴 취업 준비생 천모(24)씨로 밝혀졌다.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소셜커머스 ‘쿠팡’의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사칭해 살인 등 범죄 암시글을 인터넷에 올리다 회사 측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자수했다.사건은 지난달 20일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쿠팡 채용 전형에서 합격했다’는 한네티즌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이 글에 자신을 ‘현직 쿠팡맨’이라고 밝힌 이가 “혼자 사는 여성들의 주소를 적고 있다. 일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가겠다”는 등의 댓글을 단 것이다.그는 “물을 배달시키는 여성들을 다 죽이겠다”거나, “수천만원을 들여서라도 내가 쓴 글을 다른 커뮤니티로 퍼간 사람의 신상을 캐 죽이겠다”는 잔혹한 댓글도 마구 달았다.
연쇄살인 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다. 회사 측은 경찰에 신고하고 “글쓴이가 회사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며 고소장을 냈다.하지만 댓글을 쓴 사람은 살인마도, 전과자도 아닌 평범한 취업 준비생 천씨였다. 일이 커지자 두려워진 그는 쿠팡에 찾아가 자신이 논란의 글을 올린 장본인임을 실토하고 사과했다.천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하며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전문대를 졸업한 그는 적극적으로 취업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직장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천씨는 “직업이 없어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다”며 “이 와중에 일베에서 취업했다는 글을 보니 ‘남들은 취직을 잘들 하는데 나만 이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순간 배가 아파 허위 댓글을 쓰게 됐다”고 진술했다.그는 “별 생각 없이 쓴 글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면서 “반성하고 있으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선처를 호소했다.서울 강남경찰서는 8일 천씨를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