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정몽규 수난시대 '떼이고 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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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정몽규 수난시대 '떼이고 차이고'
  • 홍세기 기자
  • 승인 2006.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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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담당 동창 서씨 비자금 50억 '꿀꺽' 미국 이민
정 회장 '비자금 조성 서씨 혼자', 검찰 '설득력 없어'

▲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매일일보= 홍세기 기자] 브로커 윤상림 사건 수사 과정에서 비자금이 드러나 사법처리 위기에 몰린 정몽규(44)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기막힌(?) 사연이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의 도움으로 회사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을 팔아 5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당시 진 씨는 정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헐값에 넘겨 받아 자신의 회사인 리젠트 증권에 비싸게 팔아 비자금을 만들어 줬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파악했지만 최근 수사 과정에서 이 돈이 당시 신주인수권 거래를 주도했던 현대산업개발의 팀장이었던 서모씨에게 넘어간 사실을 밝혀냈다.

정 회장과 서울 Y고 동창으로 정 회장의 '자금 관리인' 역할을 맡았던 서씨는 비자금 전액을 무기명 채권으로 바꿔 보관했다.

이후 진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는 거짓말로 정 회장을 속인 서씨는 이 돈을 자신이 가로채 미국으로 이민을 가버린 것이다.

현재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은 서씨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정 회장 모르게 서씨 혼자 비자금을 만들었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측근 서씨 50억 '꿀꺽', 정 회장 '기가 막혀'

서울중앙지검 이인규 3차장은 18일 "최근 정 회장을 소환 조사한 결과 1999년 4월 당시 MCI코리아 부회장이던 진승현(37.수감)씨를 통해 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했다" 면서 "그러나 비자금 관리를 맡은 서씨가 중간에서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제의 50억원은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 550만 주를 진씨가 운영하는 리젠트증권을 통해 매매해 얻은 차익이다.

서씨는 비자금 전액을 '무기명 증권금융채권('묻지마 채권')으로 바꿔 보관했다.

이후 서씨는 정 회장에게 "문제가 생겨 진 씨가 돈을 돌려 달라고 한다"고 보고했고, 정 회장은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돈을 돌려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씨는 이 돈을 진씨에게 주지 않고 2002년 회사를 그만두면서 채권을 갖고 나왔다.

다음해 채권을 현금으로 바꾼 서씨는 자신의 두 딸 계좌에 각각 25억원씨 분산해 예치한 것.

물론 이때까지도 정 회장은 비자금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한편 불법 대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던 진씨는 2003년 6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온 뒤 정 회장 측에 자신의 몫을 요구했다.

이때서야 정 회장은 서씨가 중간에서 돈을 '꿀꺽'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진씨와 관련된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는 것을 걱정한 정 회장은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15억원을 대출 받아 진씨에게 건넸다.

윤상림 사건을 조사하던 검찰은 윤씨의 관련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진씨가 받은 15억원 중 변호사 비용 등으로 윤씨에게 2억원을 전달한 것이 수표 추적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또 서씨가 돈을 가로챈 사실은 정 회장이 검찰에 문제의 무기명채권 번호를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서씨는 지난해 미국으로 이민을 간 상태인데, 정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3월부터는 이 계좌에서 매번 수억원씩이 미국의 서씨에게로 빠져나갔다.

이렇게 해서 50억원 중 계좌에 남은 돈은 12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씨가 비자금 50억원 외에 일부 회사 돈까지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미국 사법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기로 했다.

현재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은 서씨가 알아서 했으며 나는 사후에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서씨가 빼돌린 것은 정 회장 수사와는 별개"라고 말하며 "정 회장과 서씨가 비자금 조성을 모의했는지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즉 재무담당 팀장인 서씨 혼자 비자금을 조성할 수는 없으며, 정 회장이 서씨와 함께 회사 신주인수권을 이용해 비자금을 마련하는 순간 횡령죄는 성립됐다는 것.

이에 검찰은 지난 19일 정 회장을 재소환해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한 집중 조사를 벌였다.

또 정 회장이 1999년 신세기통신 주식을 진씨를 통해 리젠트 증권 등에 팔면서 실제 매매대급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소득세 수십 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벌인 뒤 곧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 등을 적용 정 회장을 기소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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