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건 이상 유출 사회적 물의 야기"…해임 적법 판결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신용카드 고객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돼 금융당국이 해임을 권고한 KB국민카드의 전 대표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김정숙 부장판사)는 최기의 전 KB국민카드 대표이사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해임권고의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국민카드는 지난 2008년 처음 카드사고분석시스템(FDS)을 도입한 뒤 업그레이드를 위해 2013년 1월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계약했다.이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인 박모씨는 FDS 개발작업을 하던 중 국민카드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USB 메모리로 5378만명의 개인정보를 옮긴 뒤 대출중개 등을 하는 업자에게 넘겼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금융위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고 해임권고를 의결해 국민카드에 통보했다.
최씨는 “사전 차단이 어려운 KCB 직원의 계획적인 범죄행위일 뿐 국민카드 임직원은 고객정보 보호에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고 항변했다. 또 “해임권고 처분을 받으면 향후 5년간 금융기관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고 합계 8억원 상당의 퇴직위로금과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 손해를 입는다”며 “재량을 벗어나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여러 증거를 종합해볼 때 카드사 임직원들의 잘못이 명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민카드는 업무상 필요로 KCB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그 범위나 방식을 제한하는 등 유출방지 대책을 따로 수립·시행하지 않았고 회사 직원이 KCB 인력의 작업 공간에 상주하지 않았을 뿐더러 야간·휴일 근무시에는 국민카드 직원이 나오는 경우가 아예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USB 메모리로 정보를 쉽게 유출할 위험성이 크므로 KCB 직원들에게 USB 메모리의 쓰기 기능 사용을 제한하는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지시하고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했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가 없었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보호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카드가 5000만건 이상의 정보를 유출해 고객 권익을 심각하게 해치고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에 비춰 대표이사였던 원고에게 해임권고의 제재를 내린 것은 양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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