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은 내가 잇는다!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가문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들 정도로 맹위를 떨쳤던 명문 '현대가’. 그런 현대가에 요즘 핏빛 기운이 감돌고 있다. 과거 현대가는 장문인이었던 고 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자제들간 거듭된 도륙상잔의 혈겁을 겪은 바 있다. 이 이후 뿔뿔이 흩어진 현대가 자제들은 각기 한 문파를 일구면서 전쟁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문의 보물들이 남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를 차지하기 위한 현대가 후손들의 물밑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문의 적통성을 상징하는 보물 ‘현대건설’을 놓고 전면전을 치를 태세다. 호사가들은 이를 가리켜 ‘현대가의 신 삼국지’라 칭한다.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KCC, 현대산업개발 등 같은 명분아래 인수 의지 각별
가문의 적통성을 상징하는 보물 ‘현대건설’을 놓고 수 년간에 걸쳐 현대가의 후손들은 이를 차지하기 위한 고도의 신경전을 벌여왔다.겉으론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며 입발린 소리를 해댔지만, 속은 달랐다. 아직도 이들 간에는 과거의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던 탓이리라.그래도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야 이는 추측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현대건설’의 현재 주인인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이르면 6월중으로 M&A시장에 다시 내놓겠다고 하면서, 이때부터 현대가의 후손들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 입발린 소리를 해대던 입도 굳건히 닫혔다.
이들도 자기들끼리의 경합이 될 것이란 것을 이미 예상이라도 했는 듯 전면전을 치르기 위한 실탄 마련 작업과 우방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가의 여럿 후손들 중에서도 현대건설을 차지하기 위해 유독 눈독을 들이는 이는 네명 정도로 압축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KCC그룹 정상영 회장,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다. 이들 모두 가문의 상징인 현대건설을 되찾는다는 명분아래 사업상 시너지를 거론하며 남다른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먼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남편인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타계 직전 그토록 소원했던 현대건설 인수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현재 천안함 사태로 대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현대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대북관광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건설만큼은 기필코 인수하겠다는 각오다.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도 현대건설 인수 의지라면 현 회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현대가의 장문인이자 아버지이기도 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살아 생전에 정 의원을 각별히 여긴 탓에 아버지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현대건설에 대한 정 의원의 애착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사업적 측면에서도 현대건설은 현대중공업에 있어 큰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으로 판단, 다른 현대가 후손들보다 발빠르게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최대 관건이 될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호 세력을 끌여 들여 부담을 덜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현대가 3세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도 현대건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후손들 중 한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정중동 자세에서 탈피하여 해외 원자력 사업과 주택 건설 사업 강화를 선언했는데, 현대건설 인수가 최적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인수전에 박차를 가할 태세이다.
재계, ‘현대가의 혈난’ 재현 우려
때문에 재계에서는 가문의 적통성을 상징하는 현대가의 보물, ‘현대건설’이 과연 현대가 후손들 중 누구 손에 쥐어질 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혈난이 재현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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