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국제적 망신살 뻗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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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국제적 망신살 뻗친 사연
  • 김시은 기자
  • 승인 2010.06.0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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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자신감은 어디서?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재계 1위 삼성이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이은 대형 특허 소송에서 수차례 밀리는가 하면, 외국 특허괴물(Patent Troll)에게 피소당한 건수로는 굵직한 다국적 기업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해 특허방어 펀드에 연간 최저 3만 달러를 들여 가입했지만, 최근 삼성내부 감사팀이 지적 재산권(IP) 부서들을 상대로 감사에 나서면서 특허경영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인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삼성 특허경영에 먹구름 낀 사연을 취재해봤다.

 

삼성 해외 IP법무팀 내무 감사, 해외 특허 분쟁 잇단 패소로 인한 경쟁력 제고?
사측 “일반적 경영진단, 특허관리 ‘탑 클래스’ 수준, 경쟁사 시기해서 그런 것”

삼성이 특허경영에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세계 주요 전자·IT(정보기술) 기업들의 특허공세가 단순한 기술료 협상 수준을 넘어 ‘기술장벽’으로 활용, 생존전략마저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부터는 아예 특허문제를 주요 경영화두로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지난 5년간 특허괴물에게 세계 최다 피소를 당하는 등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감사’ 아닌 ‘진단’

삼성 관계자는 최근 IP를 중심으로 한 삼성 내부감사가 특허경영 문제로 인한 ‘감사’가 아닌, 특허경영을 ‘진단’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삼성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IP관련 사업이 중요시됨에 따라 특허 관련 부서들을 중심으로 점검차원의 진단을 한 것”이라며 “삼성의 특허경영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의 내부 감사가 국내를 제외한 해외 IP법무팀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해외 특허 분쟁의 잇단 패소로 인한 경쟁력 제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 법무팀은 국내와 해외로, 다시 해외법무는 해외법무팀, 통상팀, IP법무팀 등으로 나뉘어져있지만 이번 경영진단은 해외 IP법무팀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IP법무팀 외에도 종합기술원과 각 사업부 단위 연구소 등 IP관련 전 부서에 3~4주간 걸쳐 진단을 한 것”이라며 “그 이전에도 비정기적으로 감사를 해 경영진단을 해왔고 일반적인 진단 차원”이라며 특허경영이 문제로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감사를 통한 경영진단이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 퇴진이후로 없었던데다, 그동안 삼성이 굵직한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바 있어 이번 감사를 단순히 경영진단 차원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패소’ 아닌 ‘합의’

아닌 게 아니라 삼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쟁사는 물론 특허괴물에게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특허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특허방어펀드에도 등록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모두 30개 안팎의 특허 관련 송사를 진행했지만, 삼성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5건인데 반해, 피소당한 소송 건수는 2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5년간 특허괴물에게 소송을 당한 기업으로 세계1위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기다 잇단 특허소송 패소로 거액의 비용을 물어주는 판결이 내려지는 등 글로벌 기업의 명성에도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 적인 예로 외국특허관리회사인 인터디지털의 경우 지난해 1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이동통신 관련 특허 소송에서 이겨 오는 2012년까지 약 4억달러의 로열티를 받기로 했으며, 미국 반도체 회사인 램버스도 삼성전자로부터 2010년부터 5년간 7억달러를 받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일본 샤프와의 LCD TV와 모니터 관련 특허 침해소송은 무려 3년 동안이나 힘겹게 진행됐지만, 대법원 소송이 아닌 합의를 결정했다. 삼성관계자는 “서로 한 번씩 승소와 패소가 있었고 최근 합의했다”고 말했는데 정작 누가 먼저 합의를 제안했는지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패소를 염려해 교묘히 합의를 보려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 램버스와의 합의가 삼성이 먼저 합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샤프의 경우 삼성이 기술독립 면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합의를 봤다가 미국법원에게 승인을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는데, 미국의 플래시 메모리업체인 스팬션과의 특허 침해 소송이 그랬다. 삼성은 특허가치가 더 높은 스팬션에게 7000만달러를 지불하고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지만, 미국법원은 합의내용이 스팬션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절했다.이 외에도 삼성은 중국 통신업체인 홀리커뮤니케이션과는 휴대폰 듀얼모드 기능으로 분쟁을, 영국 청소기 제조업체인 다이슨과는 사이클론 기술과 관련해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지만 각각 1심, 그리고 2심까지 패소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언론이 패소한 것을 더 부각해서 보도해서 그렇지 승소한 것이 더 많다”며 “특허괴물에 대한 피소건수가 많은 것도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TV 등 탑3 안에 드는 분야가 많아짐에 따라 경쟁사들이 이를 시기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이 잘하는 만큼 경쟁사들이 달려드는 것이고 그러한 부당한 공격에도 철저한 대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특허관리가 ‘탑 클래스 수준’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러나 정작 삼성 사업보고서에는 LCD와 D램 판매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와 유럽위원회 등 독점 금지 당국으로부터 연이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겸손의 미덕도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너마저?
 
한편, 삼성은 스마트폰 ‘웨이브’ 바이러스 소동으로 또 한 번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독일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웨이브’의 메모리 카드에 악성코드가 얹혀 출시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외신은 이를 보도했고 삼성전자 역시 같은 날 오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인정, 즉시 새롭고 안전한 마이크로 SD카드로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바이러스가 휴대폰 자체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개인용 컴퓨터에 연결이 될 경우 PC가 자동으로 감염이 되어 개인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데다, 이미 유럽에서 개인 판매상 등을 통해 수 만대가 팔려나간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만 판매됐다고는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이 수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나아가 스마트폰 판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물론, 기술을 중시하는 삼성의 특허경영과 글로벌 이미지에 또 다른 먹구름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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