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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명회 기자] 공매도 공시제도가 지난달 30일 본격 시행됐지만 시작부터 삐걱되고 있다.불공정거래와 투기수요를 잡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5일 공시된 공매도 건수 414건 가운데 400건(96.6%)이 외국계 증권사로 나타났다.그중에서도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가 전체의 59.9%에 해당하는 248건을 차지했다.그동안의 공매도 세력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하지만 투자자들의 시각은 싸늘하다.주 공매도 세력이 외국계인 것은 대체로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다.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투기세력을 지목을 받아온 헤지펀드들은 단 한 곳도 공시되지 않았다.시장을 교란했던 실질적인 세력은 드러나지 않은 것.헤지펀드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와 스와프거래 계약을 맺고 공매도전략을 취한다.증권사는 공매도 주문을 넣고 수수료를 챙기지만 실질적인 이익은 헤지펀드가 챙긴다.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하는 것이다. 특정기업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결제일에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이다.실물을 소유하지 않고도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것. 결국 공매도 공시제도에서 공시 주체는 주문자가 되는 것이고 실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본 주체는 가려지는 것이다.공매도가 집중적으로 행해질 경우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더군다나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세력은 자금력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다. 개인투자자도 물론 참여할 수 있지만 규모적인 면에서 기관에 대응할 수 없다.이번 공매도 공시에서도 주 세력이 외국계 증권사들로 나타났던 것처럼 말이다.이익은 외국계 증권사나 헤지펀드 등 숨은세력이 챙기고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실제 이번 공매도 공시에서 또 나타난 문제는 공매도 보유자가 어떤 종목을 갖고 있는지는 공시하지만 얼마만큼 보유했는지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공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이에 시장에서는 공매도 공시제도의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아예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공매도를 악용하는 일부세력에 의해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여러 국가에서도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우리나라도 2008년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공매도 제한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물론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다.시장의 다양성과 규모를 키우며 자본시장의 효율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따라서 공매도를 없앨 수는 없고 제도를 보완해 가면서 발전시켜야할 것이다.공매도 공시제도의 애초 취지가 불공정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다.공매도 공시제도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