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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비즈]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6개월 일정을 마무리했다. 키움증권 사장 출신인 김봉수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경선을 통해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앉았다. 취임 후 김 이사장은 각종 외풍에 시달리던 거래소에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참 잘했어요김봉수 호는 첫 공공기관 평가에서 예상 외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14일 거래소는 기획재정부 '200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B등급을 받았다. 거래소는 리더십·전략(계획), 경영시스템(집행), 경영성과(산출) 등 3개 부문 평가 결과 중간 수준인 B등급을 받았다. 당초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거래소가 최하위 등급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거래소가 추진한 인력 감축, 임금 축소 등 구조조정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첨예하게 대립하던 거래소 양 노조도 '데탕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통합노조가 단일노조 측에 통합논의 개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양 노조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김봉수 이사장의 노력이 화해 분위기에 일조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우수사례 워크숍'에서 노조 통합을 향후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김 이사장 부임 후 거래소의 '탈권위주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거래소는 증권·선물사 등 회원사들로부터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었다.거래소는 지난달 4일 '한국거래소 신경영 비전 및 고객만족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새 경영 비전은 '고객과 함께하는 글로벌 선진거래소'다. 고객만족(CS) 비전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자본시장 파트너'다. 거래소 경영목표에 '고객'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거래소 측은 "새 비전은 권위적인 감독기관이 아닌 고객 중심의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려는 거래소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거래소 내 시장감시위원회도 권위주의 탈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감위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리과정(거래소가 증권·선물사의 업무, 재산상황, 장부 및 서류 등을 조사하는 것)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꿨다. 시감위는 감리 피드백 시스템, 이동식 감리분석시스템, 감리 핫라인 등 회원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거래소는 공익재단도 만든다. 그동안 거래소는 사회 환원 측면에서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거래소는 사회공익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다. 거래소는 설립 방안을 확정한 뒤 정부 당국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사회공익재단 설립을 위해 100억 원 규모 기금을 책정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좀 더 노력하세요 그러나 김 이사장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제법 있다.김봉수 이사장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한국 주식시장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올해 MSCI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MSCI지수를 작성하는 'MSCI 바라'는 지난달 22일 오전(한국시간) 연례 시장분류 보고서를 통해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선진지수 편입을 노리던 한국과 대만, 신흥지수 편입을 노리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증시 등이 모두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증시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선진지수 편입에 실패했다.이 과정에서 김 이사장의 발언이 잡음을 일으켰다. 김 이사장은 MSCI와 거래소가 '시세자료 사용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와중에 MSCI를 상대로 시세정보 무단사용 관련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달 16일 말했다. 거래소 측은 뒤늦게 "여러 가지 종합대응방안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상정해 볼 수 있는 소송을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발언은 이미 시장에 퍼진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MSCI는 김 이사장 발언 후 1주일 뒤 선진지수 편입 불가를 통보했다.기획재정부가 높은 점수를 준 구조조정도 사실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지난 4월 거래소는 2005년 이후 5년 만에 명예퇴직 신청까지 받았지만 신청자는 20여명에 불과했다. 거래소는 지난 4월 14일~27일 근무 경력 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기간을 1회 연장했지만 신청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공공기관 지정 후 구조조정 중인 거래소는 인력 감축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거래소는 2012년까지 정원(750명)의 10%인 70~80명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