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좋은땅출판사가 신간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를 출간했다.
결국 현대건설은 2000년도 2조9,804억원의 순 손실 발표와 계열분리 후 채권단에서 경영권을 가진다는 조건으로 2001년 5월에 6 대 1 감자와 2년 뒤 다시 한번 9 대 1 감자를 단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대출금이 출자전환된 후 감자로 인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언처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출자전환 완료 후 과거의 현대건설처럼 감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이를 예견하고 알리는 신용기관, 증권회사, 회계법인, 금융전문가가 단 하나도 없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다. 국민을 바보 투자자로 만들어 손실을 보게 하는 것이 목적인양 행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는 매우 자명한 일이다.
또 다른 예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있다. 2011년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30만원에 도달하였다가 갑자기 하락을 시작해 2013년 1조원 손실, 2015년 1.5조원의 손실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1만원까지 떨어졌다. 2012년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은 역사상 최대치인 11조원, 영업이익은 7,312억원이라 공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거침없이 추락하였다. 왜 그랬을까? 이미 정보를 파악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은 건설회사들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11년 고점에서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건설회사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증권회사의 건설주 매수추천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고점에서 그들이 파는 주식을 사줄 바보 투자자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사례 분석을 통하여 신간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는 일부 대기업의 분식회계로 인한 엄청난 손해를 결국 국가와 국민이 책임질 수밖에 없음을 구체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목적 아래 기획·집필되었다.
김영태 저자의 전작 《과연 대우조선해앙만 그럴까?》에서는 조선 및 건설업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하였고 이번 책에서는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상세한 분석 및 분식회계와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대기업의 분식회계와 부실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피해자가 된다고 말한다. 물론 일차적으로 먼저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과 같은 대규모 손실 발표로 몇천만원에서 몇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을 때까지도 기업과 그룹 명칭이 주는 믿음 때문에 국내 1, 2위의 회계법인이 적정의견을 주었다는 신뢰 때문에 큰 손해를 입은 ‘바보 투자자’들이다.
반면 분식회계 기업의 대표이사로 또는 임원으로, 회계법인이란 자격으로, 많은 돈을 받고 잘 먹고 잘 산 자들이 있었다. 분식회계를 짐작하고 미리 고가에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도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이중장부 관리와 이를 묵인한 회계법인’이란 최근 신문기사를 보면 ‘모르면 당한다’는 저자의 ‘바보 투자자론’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저가로 수주해 손실이 날 것이 명백한 해외공사 현장 부실의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거나 국내공사에서 그 손실을 채우려고 무리하게 시공을 진행해 결국 국내공사 현장의 부실화를 초래해 사고로 이어졌다. 게다가 1, 2차 하도급업체는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위해 또 다시 인건비 및 비용절감을 무리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영근로자는 7~8천만원 가까운 돈을 받지만 2, 3차 하도급업체 근로자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연 3천만원에 밑도는 돈을 받게 된다. 즉,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분식회계 그 피해자들은 누구인가?》의 김영태 저자는 “나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으니 분식회계 피해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앞으로 금년 또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 대출금 이십조원이 어떻게 감자되는지 살펴보라.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이 과거의 현대건설처럼 감자할 가능성이 있으며 삼성중공업이 추가손실을 발표할 가능성 또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마지막으로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상위 10%만이 모든 것을 누리는 세상에서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만약 당신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인 데다가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월 소득 300만원 이하의 사람이 우리나라 임금 소득자의 71%라는 것을 반드시 인지하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 되는 나쁜 일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강요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자인 국민 모두가 이 사실을 깨닫고 대기업들의 횡포를 항상 예의주시하며 투자 포트폴리오에 신중을 기한다면 가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기업 및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면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한 ‘국민이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부실해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저자가 2008년 12월 뉴욕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월가에서는 수익이 많이 생겼다며 매년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아감에도 불구하고 1달러 팁도 주지 않더니, 이제는 상황이 어려워졌다면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그들의 손실을 충당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이는 IMF 구제금융 시기의 한국 사회와 현재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저자 김영태 | 좋은땅 출판 | 38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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