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공무원 아버지와 장애인 어머니를 흉기 등으로 무참히 살해한 대학생 아들에 대해 법원이 "잔혹한 패륜"이라며 중형을 선고했다.재판부는 그러나, 가족 간 뿌리깊은 갈등과 선처를 바라는 탄원 등 참작할 사유가 적지 않다며 사형이나 무기징역보다 낮은 유기 징역형을 택했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형권)는 말다툼 끝에 아버지를 둔기로 살해하고,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마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25·영암 D대학 4년)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존속살해죄를 적용,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5년 간 고이 길러준 부모를 살해한 것은 지극히 패륜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지문을 없애 은폐하고 강도가 든 양 위장하는가 하면 흉기는 저수지에 버리는 등 치밀하고 대담한 점에 비춰볼 때 엄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에게 강한 애착을 보인 반면 아버지와는 대화가 단절된 채 냉담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 이혼과 낙태 요구, 폭언 등에 시달려온 어머니의 버팀목 노릇을 해온 사실, 아버지로부터 생애 첫 폭행을 당한 뒤 충동적으로 살해한 점 등을 감안해 유기 징역형을 내렸다. 친족들의 탄원과 무(無) 전과도 참작됐다.김씨는 성탄절 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밤 전남 영암군 영암읍 자신의 집에서 군청 6급 직원인 아버지(51)를 둔기로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어머니 조모씨(50)마저 흉기로 2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김씨는 경찰에서 "귀가 후 어머니가 혼자 울고 있어 아버지한테 '그만 좀 괴롭히라'고 따지자 '너나 잘하라'며 뺨을 때려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범행이 탄로날까 두려워 어머니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검찰은 지난 8일 결심 공판에서 "끔찍한 범행에 대한 대가와 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