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가가 이야기하는 50년 소설 수집의 뒷이야기
4만 여점에 이르는 박물관 소장품에서 눈여겨볼 것 중에 하나가 고전 소설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그동안 박순호 원광대 명예교수 소장 자료를 포함한 상당 수량의 고전 소설을 수집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박 교수가 소장했던 소설 중에서 신발굴 자료의 일부를 처음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박 교수는 50년 가까이 고전 소설 수집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일반 필사본 소설을 1,500점 넘게 소장했고, 소위 방각본으로 알려져 있는 전주 지방의 상업용 인쇄본 소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한다.박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자료를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국립한글박물관에 수집 자료를 보냈는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박 교수가 평생 고전 소설을 수집하며 경험했던 뒷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어서 일반인은 물론이고 여러 연구자들에게 자료 수집의 생생한 현장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산곤륜전>1911년 필사소설 유일본
<산곤륜전>은 1911년 필사된 고전 소설로, 현재 동종의 같은 책이 없는 유일본이다. 총 108장 분량의 중장편 소설로서, 글씨가 작고 매면 행자수가 많아 보통의 소설책으로 말하자면 3권 3책의 분량에 해당되는 자료이다.이소설은 은 산곤륜과 유화월이라는 남녀 주인공이 운명적 액운을 겪고서 출장입상(出將入相)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환상적으로 그린 소설로, 특히 기존 소설을 변용한 수법이 매우 절묘하다. 어떤 소설의 대목을 그대로 가져다 베껴 쓴 것이 아니라, 독서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에 의거해 자유자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허인전>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고전 소설, 유일한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
<허인전>은 그동안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고전 소설로, 현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 유일본이다. 총 156장의 상하 2권 2책으로 구성돼 있으며, 글자 수는 대략 152,000자이다. <춘향전>의 장편 이본 <남원고사>의 분량이 10만 자인 것을 보면, <남원고사>보다 1.5배가 넘는 장편 소설이라 할 수 있다.이 소설은 장편 군담소설 유형에 속하며, 주된 내용은 명나라 정덕제 무종이 양자로 들인 류경복이란 이가 역모를 일으켜 황위를 찬탈한 뒤, 충신 허운 및 그 아들 허인이 그에 맞서 싸워 무종의 아들 홍으로 하여금 황위를 되찾게 한다는 이야기다.소설은 고소설사의 전통을 이어받아 창작된 20세기 초의 새로운 장편 군담소설 작품이라는 데 의의가 있으며, '삼국지연의'의 세계관과 창작수법을 수용하여 창작한 소설이자 대체역사소설이라는 점에 작품의 가치가 있다.<효우창선록>한글필사본, 유려하고 정연한 민체(民體)로 필사돼 있는 작품
<효우창선록>은 한글필사본 고전 소설로서, 현재 유일본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 162장의 비교적 장편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하고 정연한 민체(民體)로 필사돼 있는 작품이다.이 소설은 양반의 매신(賣身; 몸을 팔아서 남의 종이 되는 것)이라는 다소 심각한 사회현실과, 효심, 우애, 시은, 보은, 신의 등의 도덕적 가치를 담은 일련의 삽화를 옴니버스 식으로, 실에 구슬을 꿰듯 순차적으로 연결하여 창작한 작품이다.이런 구성을 위해 조선후기 문헌에 실려 있는 야담이나 일화, 그리고 다른 고전 소설 작품에 들어 있는 삽화 등이 일부 활용됐다.이 소설의 창작 시기는 1910년대 이후로 보이는데, 1910년대 이후에 창작된 고전 소설 중에는 이 작품과 같은 문제의식과 서사 형태를 지닌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새로운 서사 형식을 개척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학술대회는 사전 신청없이 선착순 참여 가능하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