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뿌린 씨앗 내가 거두겠소”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워크아웃중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취임한지 1년 만에 박찬법 회장이 돌연 사임의사를 밝힌 것. 이에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형제의 난으로 자진 사퇴한 박삼구 전 회장의 복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재계 전문가들은 박 전 회장의 복귀에 무게 가능성을 두고 금호그룹이 오너 경영체제로 다시 돌아갈 것이란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회장의 리턴에 반신반의한다. 과연 위기의 금호를 구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금호 황제의 리턴설을 둘러싼 재계 안팎의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경영실패, 황제의 난 등 박삼구 명예회장 책임론 여전, 걸림돌만 수만 가지
금호측 “공식적 복귀 미정, 구조조정 부분 박 명예회장 끝까지 책임지기로”
황제의 리턴, 예정된 수순?
재계에서는 대체로 예정된 수순이라고 평하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잇단 M&A를 성사시켰지만 이내 승자의 저주에 걸려 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처하게 되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동생 박찬구 금화석유화학 회장이 이 기회를 틈타 경영권 장악에 나섰다.이에 박 전 회장은 자칫 형제간의 난으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를 동생을 해임시키고 자신이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조기에 진화시켰다. 이후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박찬법 회장이 전문경영인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 체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전망은 적중했다. 다만 박 회장이 실제로 복귀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무게 중심은 이미 기울여 질대로 기울여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룹 내 분위기 역시 박 전 회장의 조속한 복귀를 바라고 있는 눈치다. 그동안 박 전 회장은 매일같이 회사에 출근해 대주주로 역할을 해왔다. 경영정상화의 구심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을 대체할만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마땅히 없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부활은커녕 복귀도 어려워?
박 전 회장 복귀의 첫 번째 걸림돌은 그룹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잇단 인수로 인한 무리한 자금동원과 글로벌 금융위기, 주요계열의 실적부진이 겹치면서 그룹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했던 박 전 회장을 다시 복귀시키는 것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형제의 난’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진 사퇴한지 꼭 1년 만에 경영복귀에 나선다는 게 윤리적으로도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는 채권단과의 협의는 물론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반대도 걸림돌이어서 시기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박 전 회장이 유일하게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금호타이어의 경우에도 노사간 갈등으로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8년에 있었던 비컨과의 이면거래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올라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회사의 재무상황을 오판하게 하는 거짓정보를 공시하고 재무제표를 왜곡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그야말로 궁극적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해친 상태에서 도덕적 해이를 묵인한 것으로 이대로라면, 금호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 박 전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획 중에 있어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여기에 최근 박 전 회장의 복귀를 막는 또 다른 강력한 걸림돌이 등장했다. KDB생명(옛 금호생명)노동조합과 소액주주들은 박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 대주주인 금호와 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실경영과 대주주의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떠넘기는 부당한 자본감소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박 전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론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따라서 박삼구 황제의 귀환이 위기의 금호아시아나 그룹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부활은커녕 복귀나 할 수 있겠느냐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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