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발 이후 올해 첫 브라질 CSP제철소 자체 생산 슬래브 입고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동국제강[001230]이 22일 브라질 CSP 고로제철소에서 자체 생산된 슬래브 입고식을 성료하며 12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동국제강은 브라질에 2005년 연산 150만톤 규모의 전기로 방식을 활용한 직접환원 제철소 건설을 목표로 했다. 2005년 동국제강은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기업인 브라질 발레(당시 CVRD)사와 제철소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2월 공장 건설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전기로 직접환원 제철소 건설 사업은 2007년 난관에 부딪쳤다. 당시 남미 지역에서 자원 전력화 바람이 불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전기로 직접환원 제철소 방식은 타산을 맞출 수 없었다.결국 직접환원제철소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지고 있던 이탈리아 파트너가 사업에 회의적으로 변하며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포기하지 않았다. 장세주 회장이 직접 나서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의 발레(당시 CVRD) 와 주정부, 연방정부에 변함없는 사업 의지를 각인시켰고, 설득했다.
이를 통해 세계 최대의 철광석 회사인 발레가 합작해 고로 제철소를 짓기로 큰 그림을 그렸다. 발레를 통해서라면 독자적으로 원료를 자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었던 룰라가 2007년 11월 발레와 쎄아라 주정부의 주선으로 직접 장 회장을 만났다.장 회장은 “우리의 꿈을 믿고 지지 해준다면,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며 호소했다. 룰라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장세주 회장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연산 150만톤 규모의 전기로 직접환원제철소 사업이 연산 300만톤급 고로제철소 사업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동국제강과 발레는 5개월 뒤인 2008년 4월 브라질 현지에 CSP라는 현지 합작사를 설립, 고로 사업을 위한 새로운 준비에 나섰다. 이때 설립한 CSP가 지금까지 이어져 동국제강의 꿈을 이루게 된다.2008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다시 브라질 제철소 프로젝트는 위기에 봉착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고, 기업의 생존조차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1년간 지속됐다. 사업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합작을 검토하던 일본 철강사 등은 1년이 넘도록 답이 없었다.그러나 동국제강은 발레와 함께 2009년 12월, 고로 제철소 건설 예정지에 대한 산업단지 부지조성을 시작해 동국제강과 발레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한국에서 동국제강은 일본 철강사 대신 포스코를 설득했다. 결국 2010년 11월 포스코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동국제강의 CSP 제철소 사업에 참여(20%)하기로 결정했다.이후 동국제강은 제철소에 대한 사전 준비를 진행해 980ha(300만평)에 이르는 부지의 수목제거, 건설 환경 허가 등을 2011년까지 완료했다. 2011년 8월까지 제철소 원료 공급용 컨베이어벨트 준공, 부두 등을 마무리했고, 부지 정지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2012년 7월 제철소 본공사 착공, 2015년 1월 고로 연와 정초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하지만 고로 제철소 건설이 탄력을 받아 마무리 단계로 갈 즈음부터 내우외환의 3중고가 닥쳤다.프로젝트의 기회자인 동국제강은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2014년부터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또한 브라질 제철소 건설은 브라질 현지 문화 차이, 노무 현황, 행정 절차 상이 등으로 공사일정이 지연되기 일쑤였다.2015년 동국제강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후 장 회장의 구속 등으로 동국제강의 신용도는 급락했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동국제강이 흔들리면서 CSP건설을 위한 30억달러 대출이 지연되는 위기를 겪었다.이런 상황에 장세욱 부회장이 중심이 됐다. 장 부회장은 2015년 7월부터 동국제강 단독 대표이사로서 위기에 처한 회사와 브라질 CSP 사업을 이끌었다.장 부회장은 비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슬림화하면서도 장세주 회장의 숙원 사업인 CSP제철소 건립에는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장 회장도옥중에 있으면서도 본사 사옥 페럼타워 매각, 2후판 공장 가동 중단 등과 같은 결정에 전권을 실어줬다.그 결과 회사는 2016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완전히 턴어라운드 했고, CSP제철소는 당초 2015년 12월 완공 시점을 6개월 정도 지난 2016년 6월에 고로 화입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어 2017년 3월 22일 당진공장에 역사적인 슬래브가 입고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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