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KFC를 보유한 외식업체 SRS코리아(대표 유지상)의 고위임직원이 최근 롯데칠성 본사를 찾아가 머리를 숙이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사건의 발단을 이랬다. KFC가 코카콜라와 계약이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롯데칠성과 이중계약을 맺은 사실이 들통 난 것. 이미 계약에 따라 음료기기 마련 비용으로 수억원을 지출한 롯데칠성으로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SR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때서야 SRS측은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섰다. SRS 고위임원이 롯데칠성 본사를 찾아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칠성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소위 ‘KFC 분쟁’으로 불리는 사태의 전모를 취재해봤다.
KFC 운영업체 SRS코리아 고위임직원, 창피 무릎 쓰고 롯데칠성에 사과
롯데 “합의점 찾으면 고소취하 검토”…일각, 숨겨진 노림수 따로 있을 듯
엎질러진 사이다, 담으려 해도?
롯데칠성 측은 KFC가 이중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롯데칠성은 SRS가 운영하는 햄버거 체인인 KFC 매장에 자사가 생산하는 펩시콜라와 칠성사이다 등을 2년 동안 공급하기로 SRS측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에는 올해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롯데칠성이 KFC매장에 음료수를 공급하고 음료를 공급하는 기계인 디스펜서와 음료를 보관할 냉장고 등 필요설비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SRS측이 롯데칠성과 계약을 맺은 지 8개월이 지나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해왔다. 이유는 기존 공급업체이던 코카콜라와 장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 롯데칠성 법무팀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피해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음료공급 계약에 대해 충분히 협의를 한 사안이었다”며 “기존 장비를 거두고 장비를 새로 들여 달라고 해 돈을 투자해 장비를 샀다. 원래 계약대로라면 1월부터 음료를 공급해야했지만 한두 달 늦춰달라고 부탁했고 그 역시 받아들였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다”고 주장했다.사이다보단 콜라, 자존심 멍에?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KFC 분쟁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롯데칠성은 패스트푸드 외식업계 1위인 롯데리아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패스트푸드 및 프랜차이즈업계 전체 시장에서는 코카콜라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따라서 이번 KFC 음료공급 계약 분쟁은 롯데칠성이 코카콜라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국내 외식업체 상당수가 코카콜라로부터 음료를 공급받고 있으며, 롯데칠성이 유통하는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에 비해 공급매장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SRS의 또 다른 햄버거 체인 업체인 버커킹에서도 코카콜라가 들어가고 있다.이에 롯데칠성이 납품가를 싸게 해 SRS 측에 제안, 계약을 유도했고 SRS가 이를 받아 들였을 수도 있을 것이란 것이다. 즉, 이같은 시각대로라면 코카콜라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셈. 결국 SRS가 코카콜라와 갈라서지 못한 것은 코카콜라가 롯데칠성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했을 수도 있으며, 일방적 파기에 따른 코카콜라와의 법적 소송이 두려웠을 수 있다.
여하튼 이번 KFC분쟁을 둘러싼 업계의 시각은 다양한 가운데, 국내 음료업계 1위 전쟁이 재가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