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우리나라 금융업계를 대표하는 4대 금융지주그룹은 올 상반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2분기 실적만 놓고 본다면 대체로 어두웠다는 평가다. 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PF 부실 대출 등으로 적게는 수 백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에 이르기까지 1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나큰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정부 방침에 따른 충당금 비중이 전분기에 비해 월등히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그룹 안팎으로 불어 닥친 각종 악재들 또한 저조한 실적을 내는 데 톡톡히 한 몫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우려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4분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올 상반기 내내 4대 지주를 괴롭혔던 악재가 3분기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으며, 신종 악재들 또한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일일보>이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와 하반기를 날씨로 분석, 전망해봤다.
■ KB금융지주 = 2분기 3350억 적자 기록, 3분기 이후부터
1분기 ‘어닝 스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했던 KB금융지주의 올 2분기 기상은 ‘비’였다. 335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으며, 어윤대 신임 회장이 선출되기까지 관치 논란 등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기상 관측센터인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지주 이익의 90%를 차지하는 국민은행이 2분기 중 3000억원대에 이르는 당기순손실을 기록, 그룹 전체로까지 영향을 미쳤다. 당초 업계에서는 2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분기에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과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 등으로 충당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기상 관측은 ‘맑음’이 예상된다. KB지주는 대규모 인원 감축(희망퇴직) 계획을 정해 놓은 상태이다. 이에 따른 노사간 극심한 마찰도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KB지주가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다각적인 활용 가능성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또한 2분기 내내 ‘비’가 내린 주요 원인이었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정부의 8.29 부동산 대책에 힘입어 회복 가능성이 점쳐 짐에 따라 더욱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구조조정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M&A 발언을 미뤄 짐작할 때,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현재 은행에만 치중된 수익원을 보험이나 증권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 신한금융지주 =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잘나갔지만 하반기부터
신한금융지주는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1, 2분기 통틀어 내내 ‘맑음’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2분기 순이익 5586억원을 달성했다. 직전분기와 비교해 24.5%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33.9%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380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 줄었지만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으로 놓고 봤을 때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우수했다. 신한지주는 올 상반기에 순이익 1조3676억 원을 달성, 1조 원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해냈다. 업계에서는 신한지주의 경우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6월말 발표된 기업구조조정 대상 16개 건설사 중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건설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 다른 은행들과 달리 구조조정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태풍이 북상 중'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일 태풍이 북상 중 소멸하지 않고 신한지주에 안착할 시에는 신한지주의 하반기는 암울할 것이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검찰과 협조를 끝내고 라응찬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최근 라 회장과 그의 오른팔로 꼽히는 이백순 신한은행장 대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간에 곪고 곪았던 권력 다툼이 결국엔 폭발,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회사 경영진의 비리와 법정 공방이 장기화 될 수록 신한지주의 하반기는 태풍을 맞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풍의 진입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경영진의 도덕성을 중요시 여기는 재일교포 대주주들이 이같은 잡음을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리를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특히 라 회장이 자진 사퇴를 하는 방향에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신한지주의 경영 정상화가 되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차기 회장에 거론되는 인물로는 이백순 은행장이 가장 유력시 되고 있는 가운데, 이인호 전 신한지주 사장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또 신상훈 사장의 뒤를 이어 차기 사장직으로는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과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신한지주는 KB지주처럼 은행 위주의 영업에서 탈피해, 보험을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M&A시장에 이름이 종종 거론될 전망이다. 물론 현재 날 선 공방 중에 있는 경영진 분쟁을 조기에 진압한다는 가정 아래에서나 가능하다.
■ 우리금융지주 = 잇단 금융사고 및 민영화 등 현재진행형 악재로
우리금융지주는 2분기 내내 ‘장대비’만 내렸다. 업계에서는 우리지주는 KB지주와 마찬가지로 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PF 부실 대출 등으로 인해 40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지주는 KB지주보다 좀 더 다양한 악재들로 인해 하반기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빗줄기는 조금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지주는 2분기 중 그룹 내 최대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400억원 안팎의 흑자를 기록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또다른 자회사인 경남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은행은 대규모 PF 대출 금융사고로 500억원대 대손 충당금을 쌓이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반기 내내 장대비가 내린 원인이 꼭 경남은행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금융사고는 연이어 터져 나왔고, 이 와 중에 임직원들의 잇단 자살 소식으로 내부 결집력은 땅에 추락했다. 뿐만 아니라 ‘민영화 방안’을 두고서도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문제는 업계에선 우리지주의 하반기를 더 우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악재들이 현재 진행형이란 것. 이 중 PF 대출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고, 민영화 역시 인수자가 선택하는 방식을 택하기는 했지만 각종 이해 다툼으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지주가 이러한 악재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다가오는 4분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이 과연 하반기 안으로 민영화와 내실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 하나금융지주 = 실적 부진에도 안정적 평가, 우리지주 인수전이 최대 관건
하나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다른 경쟁 사와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상 평가는 ‘맑음’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하나지주는 2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39.9% 줄어든 18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요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인 2241억원과 에프앤가이드의 시장 컨센서스 2456억원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하나지주 또한 다른 지주처럼 기업 구조조정 관련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비용이 늘어난 것이 실적 악화의 주된 요인이었다.그러나 신한지주와 마찬가지로 수익성 지표 순이자마진(NIM)을 놓고 봤을때에는 자산건전성이 양호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하나지주의 경우 하반기에 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같은 평판을 등에 업고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최근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나설 태세다. 김 회장은 현재 4대 지주 중 4위인 하나지주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M&A를 통해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합병 시 총 자산규모 400조원, 점포 수 1600여개, 직원 수 2만 9200여명으로 국내 선두은행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뿐더러 크나큰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 자산 규모 196조원인 하나지주가 310조원 규모의 우리지주를 인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새우가 고래 삼키는 격'이란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지주 인수전에 뛰어들기 전 면밀하게 손익계산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여하튼 업계에서는 하나지주가 하반기에도 우리지주 인수전 외에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반기와 변함없이 ‘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