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소용돌이 전자업계···과거의 '패스트팔로워' 전략이 안먹힌다?
[매일일보] 스마트폰에 대한 대응이 늦었던 탓에 회사 전체가 위기설(說)에 휘청대고 있는 LG전자가 태블릿PC에 대한 대응마저 늦어질 전망이다. 태블릿PC는 향후 전자업계의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3스크린' 서비스의 핵심기기다. '3스크린'이란 스마트폰, PC, TV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동일한 콘텐츠를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애플, 도시바, HP, 델, 림(RIM) 등 유수의 IT업체들이 태블릿PC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물먹은' LG전자가 태블릿PC로 인해 업계의 주류에서 더 밀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5일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오는 4분기 첫 태블릿PC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던 LG전자는 내년으로 출시를 연기했다.
연기된 이유는 하드웨어가 아닌 운영체제(OS) 때문이다. 구글과 추가 협의를 하기 위해서다. LG전자 관계자는 "하드웨어는 준비됐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작업은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밝혔다.
LG전자는 안드로이드 2.2 OS(프로요) 대신 안드로이드 3.0 OS(진저브레드)를 탑재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로요 버전이 태블릿PC에 적합하지 않다고 구글이 이미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시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제대로된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개발인력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상반기께 LG전자의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MC사업본부장이 바뀌면서 있을 조직안정에 대한 비용까지 감안하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의 전철을 태블릿PC에서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초기 주요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입지가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늦은 만큼 차별화된 제품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보급형 스마트폰 '옵티머스원'도 기존의 갤럭시S나 아이폰4와 비교해 별다른 장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지원도 기존 경쟁사와 비교해 뒤쳐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후발주자가 쟁쟁한 경쟁사들을 상대로 비슷한 제품으로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기간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 브랜드를 태블릿PC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스마트폰에 대한 브랜드가치가 전무하다시피 한 LG전자가 태블릿PC를 통해 반전을 이루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LG전자는 그동안 1등업체를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브랜드가치를 올려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패착을 통해 이젠 따라가는 것 조차도 쉽지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전자업계의 패러다임에서 허우적거리는 LG전자의 행보가 심상찮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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