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9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간의 민생회담에서는 가지런한 합의문 발표와는 달리 개헌과 대선중립 문제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측의 브리핑을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은 이날 "개헌은 정치행위가 아니고 개혁이다. 공론화 된 것으로 봐 국론에 던진 것이며 올해만이 기회다"라며 포문을 열었고, 강 대표는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함에도 개헌을 발의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발의를 중단해달라"고 맞섰다.
강 대표는 "개헌 이야기에 대해서는 의아하게 생각한다"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안되는데 지금 발의하는 것은 판 흔들기와 한나라당의 틈세 유발로 오해받기 쉬우니 개헌문제는 18대 국회가 중심이 돼 국회 내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한꺼번에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또 "대통령은 정권이 어디로 가는가는 생각하지 말고 공정관리를 업적으로 남기라"면서 "10, 20년 후의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하지 말아달라, 내각의 국회의원들을 본연의 위치로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니 중립의지를 천명해달라"면서 "대통령은 국정의 중심에 서야하고 야당대표는 이에 협조해 국민을 잘먹고 잘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은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 되면 안 되며 혈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진보가 10년쯤 집권하면 보수도 집권하고, 보수가 집권한 후에는 진보가 집권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치 중립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하지만 선거중립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참여정부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여당의 탈당사태과 관련 "그만두지 말라고 했는데 그만두고 기본적 윤리가 없다, 보따리 장수다"라며 불쾌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 더러 국정의 중심에 서 달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이라며 "국정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속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통령은)기본도 안된 사람'이라는 불신을 깔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회담 끝 무렵에 과거 변호사 시절 친분이 있던 강 대표에게 "검사시절에는 사람이 참 좋으신 것 같던데 왜 이렇게 나빠지셨나"라고 했고, 강 대표는 "내가 할 말"이라고 맞받았다. / 우은식,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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