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그동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밝혀 왔던 정부가 최근 입장을 바꿔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중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하지만 최근 환율전쟁이 국제사회에 최대 현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정부가 환율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환율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환율갈등 문제를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이나 IMF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국제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혀왔던 것과는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G20 의장국으로서 각 국이 앞다퉈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것을 적극 중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환율분쟁에 대한 타협을 이끌어 낼 '서울선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환율갈등 중재에 실패할 경우 세계경제가 파국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데다, 우리나라 주도로 합의가 이뤄질 경우 G20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최근 폐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도 환율조정에 실패했기 때문에 서울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가 없게 된 상황이다.
이밖에 최근 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중심에서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환율전쟁이 보호무역주의로 비화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될 것이라는 인식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장관은 최근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각 국이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출에 더욱 의존하게 되면서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보호무역주의로 비화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2년 전 워싱턴 회의에서 스탠드스틸을 주도했듯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스탠드스틸이란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원칙으로, 투자와 무역에 대해 새로운 장벽을 두지 않는 것을 말한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22일부터 시작하는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환율 갈등을 중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후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2003년 '두바이 합의' 수준에 버금가는 환율합의를 도출해 낼 계획이다.
문제는 환율 갈등이 미국과 중국 등 경제 대국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높았던 '환율정책보고서'를 서울정상회의 뒤로 미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미국과 중국간 화해 조짐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미국이 환율전쟁을 극단적으로 몰아갈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환율전쟁이 적정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 미국은 물론 국제기구와 신흥국들도 환율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어, 한국의 중재안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G20 내부에서도 환율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이번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환율 문제가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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