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가운데 한 명인 손학규라는 인물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할 경우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는 다름 아닌 ‘저평가 우량주’라는 표현구다.
언론이 먼저 손 전 지사에 대해 이 같은 표현을 쓴 것은 아니다. 손 전 지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나는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하고 다녔다.
차별화 정책을 통해 변화와 역동성을 보여주는 등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내용적인 면에서 참 괜찮은데,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손학규 전 지사는 그동안 지지율이 밑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지도는 ‘빅3’임에도 불구하고 3~4%에서 늘상 머물렀다. 5%를 넘는 적은 거의 없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50%대 지지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0%대 안팎의 지지율에 비해서 미약한 지지율이었던 셈이다.
5%대의 지지율이라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노회찬 등과 비슷한 수치다. 그런데도 손학규는 이상하게 ‘빅3’로 당당히 자리매김해왔다.
이유는 여론주도층의 평가 때문이었다.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그는 비록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학교수나 지식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늘상 이 전 시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번은 국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24.6%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하는 기염도 토하기도 했다.이 같은 상황은 그가 “시간이 지나면 빛을 발할 때가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을 갖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알 듯 모를 듯한’ 자신감은 지난 9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뒤 다시 중앙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던 경험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그러나 지난 달 말까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선후보 여론조사 추이를 쭉 지켜보면 손학규의 지지율은 5% 미만에서 머물렀고, 이 때문에 “손학규가 과연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세간을 떠돌았다.하지만 영원토록 지지율에 비상이 걸릴 줄만 알았던 손학규 전 지사측도 최근 들어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있다. 먼저 뉴스의 제목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다. “여권후보 적합 1위 손학규.”, “손학규 지지율 8.9%”.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끝내 8.9%를 기록, 두 자리 수 입성을 눈 앞에 뒀다. 이는 한달 전 조사 3.5%에 비해서 무려 5.4%포인트 급상승한 것이다.손학규, 두 자리 수 입성 목전
스스로 ‘저평가 우량주’라고 표현했던 그동안의 설움을 뒤로 하고 이제 언론을 통해 그는 ‘재평가 우량주’로 당당히 대접받고 있다. 여론 지지율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반등하자 손 전 지사 선거캠프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 8일 그는 지난해 12월1일 이후 두 달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졌는데 지지율 급상승을 반영하듯 캠프는 언론사 기자들로 북적였다. 손 전 지사측 이수원 공보실장은 이와 관련 “설 연휴가 지나면 10% 돌파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그의 갑작스런 지지율 부상에 대해선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첫째는 고건 전 총리의 대선불출마 선언 이후 그가 범여권 대선후보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이념공방에 싫증을 느낀 부동층이 손 전 지사측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일단 그가 ‘진짜’ 3위로 등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태다. 물론 그의 곁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있다. 정 전 의장이 그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습이다.지난 9일 발표된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주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6.6%로 정 전 의장(6.4%)을 0.2%의 근소한 차로 앞섰다.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사람이 3위 자리를 놓고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누가 범여권 단일 후보로 적합하는지’를 묻는 최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정 전 의장을 누르고 1위를 달렸다. 어쨌든 여러 여론조사에서의 이 같은 결과물이 자연스럽게 전체 주자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범여권 지지층과 40대 유권자의 지지로 인기몰이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은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가 아니라 범여권 지지층이 호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고, 40대 유권자 등의 절대적인 지지에 의한 결과라는 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서울, 40대, 고학력층, 자영업자의 상승에 힘입어 지지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바뀌어라” 쓴소리
그는 지난 4일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 “현재의 한나랑은 지지율은 높지만 수구, 지역주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을 통한 자기혁신과 통합을 이루는 세력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같은 맥락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는 확실한 ‘대립각’을 형성하며 차별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혁당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자”고 말했고, 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에 관련된 판사들의 명단이 공개된데 대해선 “잘못은 판사가 한 게 아니라 그런 제도를 만들고 권위주의 유신체제를 만든 정권에 있다”며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햇볕정책을 옹호함으로 인해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끝까지 굽히지 않는 베짱도 보여주고 있다.그러나 손 전 지사측은 여권행을 계속 부인 중이다. 그는 “내가 한나라당을 자랑스럽게 지켜온 주인이고 기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손 전 지사는 지난 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신의 탈당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자꾸 하면 증폭돼서 정말 그러려니 하게 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물론 그는 범여권 후보가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써는 높다.
손학규, 어느쪽이든 ‘히든카드’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양강구도로 당내 대선 판도가 굳어질 경우 후보 간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손 전 지사에 대한지지 입장을 강력히 시사했다. 범여권의 러브콜도 받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혁적 이미지로 지지를 받고 있고, 상품성은 덩달아 높아지고. ‘안티가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손학규 전 지사. 정치적 카드가 주머니 속에 참 많은 것 같은데, 뭐 시쳇말로 뜨고 있는 정치인이 현재로선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