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허성수 전 부사장 곧바로 항소 돌입해 재격돌 관측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녹십자 모자간 상속 분쟁이 최근 어머니가 승기를 잡음으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지병으로 사망한 녹십자 허영섭 회장의 유언장이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장남 허성수 전 부사장이 어머니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13부는 섬망증을 앓았던 고 허영섭 회장이 오전에 좋아지고 오후에 나빠지는 상태를 보였는데, 유언장은 오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아 당시 허 회장이 유언을 남길 시에는 의사식별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허 전 부사장은 곧바로 항소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제약업계에서는 올 초까지만해도 허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2월 법원이 허 전 부사장이 낸 ‘유언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
허 전 부사장은 “어머니는 아버지의 수술 이후 장남의 병원 방문도 막고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어머니의 의사에 맞춰 유언장을 작성했다”며 “아버지는 수술 이후 자발적 언행이 불가능했음에도 이후 작성된 유언장은 구술이 아닌 서면으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버지는 생전에 장남을 배제하고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장남이 동생들과 함께 회사를 물려받아 백신사업과 신약개발을 이어가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허 전 부사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법원 역시 유언장이 작성될 시 장남 허 전 부사장만 제외됐다는 점으로 미뤄 유언의 유효성에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본안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모자간 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녹십자 모자간 상속 분쟁이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녹십자의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 지분 구조를 놓고 봤을 때 고 허 회장의 부인과 직계의 지분을 합치더라도 동생인 허일섭 부회장 등 나머지 형제와 그 직계의 지분과 큰 차이가 없어 장기적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한편, 뇌종양으로 사망한 허 회장은 유언장에서 허 회장 소유 녹십자 홀딩스 주식 56만여주 중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녹십자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 예정인 재단에 기부하고 나머지 주식 및 그 외 계열사 주식은 모두 어머니와 차남, 삼남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