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호 정치] “UCC물의 내용이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를 넘어 선거운동에 이르는 내용이라면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때에는 입후보예정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외에는 누구든지 인터넷에 게시할 수 없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제작콘텐츠)의 영향력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보여진 인터넷의 힘에 비해 4~5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선거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밝혀 주목된다.

정치권은 현재 각종 선거를 치를 때마다 UCC가 어떤 형태로 진화를 거듭할 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판단 속에서, 현재 뚜렷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선거용 UCC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6년 미 중간선거 당시, 상대 후보의 유세 활동을 낱낱이 찍어 유트브에 공개하는 일종의 ‘동영상 캠페인’이 유행했고, 미 CNN 방송은 이를 두고 ‘불과 2002년 대선 때까진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 구도의 대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국회의원은 관련 동영상 UCC유포로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UCC가 정치인들에게 과도한 경계심리를 갖게 하는 이유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선 예비주자들은 UCC사이트에서 좋은 번호의 개인 채널을 선점하기 위해 추첨을 하는 등 UCC의 잠재된 파괴력이 각 대선후보 진영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매체의 진화가 선거캠페인의 본질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지난 21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주최로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선거용 UCC의 역할과 바람직한 규제방안’에 대한 토론회에서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윤석근 법규해석과장은 ▲사이버 관련 선거법 주용내용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 ▲사이트 유형별 운용기준 등을 소개했다.

◇반복 유포, 퍼나르기 행위 ‘위법’= 윤석근 법규해석과장은 이날 “인터넷상의 토론방과 자유게시판에서 토론과 논쟁시 글을 단순히 게시하는 것은 의견개진, 의사표시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특정 사이트에서 또는 사이트를 옮겨 다니며 같은 글을 계속 게시하는 것은 조직적, 계획적 행위로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이용자들이 상호토론과정에서 특정 입후보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단순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이를 반복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유포시키는 행위는 그 행위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한 행위로 볼 수 있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윤 과장은 또 “비방 및 허위사실공표에 해당되는 UCC물을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하는 경우 이를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후보자비방죄,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된다”면서 “이를 퍼나르는 경우에는 그 퍼나르는 자의 행위도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직선거법 제245조 또는 93조에 따르면, 비방성 게시물은 반복게시되는 경우 선거운동에 해당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시물이므로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위반’이 된다.인터넷 언론사의 경우, 당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과 대화방 등에 ‘실명인증’의 표시가 없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및 반대의 글이 게시된 경우에는 지체없이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선관위측은 설명했다.앞서 선관위는 지난 1월 “공직선거법상 19세이상의 유권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므로 선거운동기간이라 하더라도 19세 미만은 특정후보자를 지지 및 반대하는 내용의 UCC물을 게재 및 유포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털사이트, 개인홈페이지도 ‘꼼짝마!’= 포털사이트와 개인블로그, 팬클럽 홈페이지도 선거운동에 이르는 UCC게시물은 게시할 수 없게 됐다.

윤석근 과장은 “포털사이트가 선거운동의 목적없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수집된 입후보예정자에 관한 진실한 정보를 공정하게 게시해 두고 이용자로 하여금 이를 열람하게 하는 것은 무방하다”면서 “그러나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그 대가를 받거나, 동 정보를 선거구민들에게 전송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윤 과장은 이어 “팬클럽 홈페이지에 회원 등이 해당 입후보예정자에 관한 UCC물을 게시하는 것은 무방하다”면서 “다만, 선거에서의 지지를 권유하는 등 선거운동에 이르는 내용은 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개인블로그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입후보예정자를 선전하는 내용, 선거에 관한 신문기사내용, 입후보예정자의 일정 등을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 역시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한편,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은 서강대 현대원 교수는 “중앙선관위는 특정후보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 계속 규제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면서 “그러나 선관위의 이러한 입장은 여전히 규제 중심적이고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서 교수는 “UCC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유무선을 넘나들고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상태”라며 “UCC로 대변되는 이용자에 의한 콘텐츠 생산이 보편화되는 진화의 방향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심재철 의원은 “모든 제도가 앞서가는 현상을 다 따라잡을 수는 없다”면서 “한시라도 빠리 선거용 UCC역할을 규정하고 바람직한 규제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