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공세 지속시 한나라당의 끝, 이-박 ‘결별’ 수순 밟을 듯
이명박 탈당 가능성도 제기…‘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너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상대에 대한 공세에 날을 세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측의 ‘검증 공방’이 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점입가경’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법정 싸움 가능성을 내비치는 쪽도 있다. 이 같은 ‘검증 논란’은 설 연휴 이후 정가의 최대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양측의 공방전이 치열해진 것은, 이 전 시장의 비서였던 김유찬씨의 두 차례에 걸친 ‘위증 교사’ 및 ‘살해 협박’ 의혹 폭로 이후부터다. 잠잠해질 것 같았던 검증논란에 김씨가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여권도 두 진영간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發 검증논란’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겉보기로는’ 검증 공세에 첫 포문을 열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와 이명박과의 1차 싸움, 그리고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의혹을 폭로한 김유찬씨와 이명박과의 2차 싸움으로 현 상황이 비쳐지는 경향이 있다.
또 김유찬씨의 폭로 이후 이 전 서울시장의 의원 시절 종로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낸 권영옥씨가 반박을 하면서 이 전 시장의 보좌관들의 ‘진실게임’ 즉, 3차 싸움으로 변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이-박’ 두 사람의 싸움이라는 게 정치권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두 후보간의 충돌을 ‘다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양측 진영의 ‘대화법’이 도를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이명박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범법행위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잔인할 정도로 태연스럽게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명박의 행보를 보면 교회 장로님이라는 직분조차 자신의 출세를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종교인 또는 신앙인으로도 적절치 않은 행보를 해왔다.” (김유찬 지난 21일 기자회견)“유승민, 정인봉, 김유찬, 박사모 등의 잇따른 돌출행동과 기자회견이 이 전 시장을 묘하게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캠프측이 좌충우돌하면서 무리한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증 논란에는 박근혜가 배후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이 전 시장측 관계자)지난 22일로 17대 대통령 선거가 3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꽤 긴 시간이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측이 숨고르기를 통한 차분한 행보를 굳이 외면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너 죽고 나 살자’는 먹이사냥에 충실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정답은 현 대선정국에서 찾을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는 검증 공방으로 최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48%, 박근혜 31% 등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계는 무려 80%에 육박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은 집단탈당에 이은 노 대통령의 탈당 등 현 여당에 대한 강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외견상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따놓은 당상이다.“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대통령 된다”
다시 말해 범여권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대선정국에 만일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얘기인데, 현 지지율이 대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대통령이 된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고 이 같은 분석이 잠깐 지지율의 하락이라는 ‘생채기’를 남기더라도 양 진영이 치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박근혜 전 대표 캠프측의 의혹제기를 시작으로 촉발된 ‘한나라당潑 서바이벌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서 정치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측의 이 전 시장에 대한 강한 불만’도 한 이유로 내놓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잊지 말자,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살렸다’는 일종의 구호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역풍으로 풍전등화 같았던 한나라당을 ‘싹슬이만을 막아 달라’고 호소해 견제 의석을 따냈던 일등공신.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고 있다’는 표현처럼, 지지율이 이 전 시장에 비해 한참을 뒤쳐지고 있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검증론,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듯
정인봉 변호사로 시작된 ‘X-파일’과 김유찬 전 비서관으로 촉발된 ‘위증 교사’는 당 검증위와 이 전 시장측의 반박으로 사실상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부터 시작해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점, 서울시장 재임시절 비리 의혹, 청계천 복원 문제, 뉴타운 건설 등 이 전 시장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폭로 의혹’은 여전히 많다는 게 정가의 한결같은 견해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위원회가 당의 분열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증 자제를 수시로 요청하고 있음에도 불구, 이 전 시장측 역시 폭로가 계속 이어질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이나 정수 장학회와 관련된 의혹들이 담긴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의 공개 가능성이 이 전 캠프측 일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이 전 시장 캠프측은 특히 김유찬씨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통해 ‘허구’라며 반박했지만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고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씨 증언의 결정적 하자를 찾아내 상황을 역전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처럼 양측이 끊임없이 공방전을 전개하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경우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한나라당 대선 후보자들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마지막 종착지는 두 사람의 결별이라는 게 당안팎의 한결같은 관측이다.이명박 탈당론 모락모락
때문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독자 출마설’과 함께,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 전 시장이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들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그려지고 있다.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검증론이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후보의 분열을 꾀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시나리오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정권탈환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를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후보 조기등록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검증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기구에서 공정하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너 범여권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정치권 밖의 시민사회세력을 중심으로 한 대선후보 검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며 검증 공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민생정치모임과 민주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어 이미 촐발된 ‘李-朴 싸움’은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한 정치전문가는 “여론조사 결과 두 사람의 지지도가 만약 하락할 경우 두 사람간의 다툼은 중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같은 일이 생길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큰 흐름 속에서 분석할 경우 손학규의 지지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누리고 있는 두 예비후로를 추격 중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검증 논란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