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상철(53)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요즘 고개를 들지 못한다.
취임 직전 ‘탈(脫) 통신’이란 경영 비전을 꺼내들며 업계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허당’스러울 정도다. LG유플러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8%나 급감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적만 저조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올 초 LG그룹의 통신 3사가 통합 출범한 LG유플러스는 이 부회장이 맡은 후부터 과거의 부정과 비리 행위가 속속 드러나면서 연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가하면, 급기야 사정당국까지 칼을 빼어 들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잊고 싶은 과거 일 것이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이상철 부회장, 뚜껑 열어보니 ‘허당’? 올 한해 통합 전 시절 부정?비리 탓에 하루도 편안한 날 없어
이상철 부회장이 취임할 당시 업계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KTF 대표이사와 정보통신부 장관 그리고 광운대 총장까지 지내며 정재계와 학계까지 아우르는 화려한 네트워크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1주년을 맞고 있는 이 부회장은 구 시절의 과오 때문에 몹시도 괴롭다. 이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는 올 1월 초 LG그룹의 통신 3사인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 등 세 곳이 통합된 회사다. 공식적으로는 지난 7월1일 통합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사명을 바꾸고 출범했다. 그런데 올 한 해 LG유플러스는 통합 전 저질러 놓은 각종 부정과 비리가 드러나면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LG텔레콤은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장비 납품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LG파워콤은 고객 정보를 무단 유출해 보험사에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또 LG데이콤은 합병 정보통신업체에 통신망을 불법 대여,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국세청까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LG텔레콤 스폰서 의혹에서 특혜 의혹까지
먼저 통합 3사의 중심 축이 된 LG텔레콤의 경우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구설에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18일 국회 문화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LG유플러스(구 LG텔레콤)가 오피러스 차량을 2005년 8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년 9개월간 임대해 김인규 사장에게 제공했다”며 “이 시기는 김 사장이 KBS 비상임 이사로 있던 기간(2003~2006)과 겹치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로 가기 직전”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재단 측에서 요청이 와서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그 당시 담당자가 퇴사한 상태라 상황 파악이 안 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LG유플러스의 이런 떨떠름한 해명 때문에 일각에서는 쉽사리 의심의 눈초리를 떨쳐내지 못했다.이 뿐 만 아니다. 최근 LG텔레콤은 회사 장비 납품 입찰 과정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사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하웨이는 최근 LG텔레콤의 광전송신호처리 장비 납품 입찰에서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수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국산 장비 도입가 절반 이하의 가격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수주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덤핑 입찰’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은 최근 방통위의 3G 주파수 할당과 맞물려, 자칫 중국 장비업체의 덤핑 입찰에 안방 시장까지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LG파워콤, 고객 정보 팔아 넘기도 ‘모르쇠’
LG파워콤의 과오는 LG텔레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최근 LG파워콤은 인터넷 가입자 정보가 보험사에 불법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 직원의 개인 비리 일뿐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해명해 고객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이숙연 판사)은 고객정보를 보험사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로 기소된 LG파워콤 전 상무 정모(49)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서비스를 개통한 담당자가 PDA로 고객의 서명을 받을 때 정보제공 동의도 함께 구했다고 주장하지만, 2007년 7월 이전에는 제3자에게 정보를 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거나 고객이 PDA 화면을 통해 설명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씨를 비롯해 종업원이 고객 11만2천407명의 정보를 3개 회사에 불법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LG파워콤 법인에 대해서는 “회사가 올해 1월 LG유플러스로 흡수 합병됐다”며 기각 판결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2월 LG파워콤 고객 5천명의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이메일 등을 CD에 담아 (주)동양생명에 전달하고, 같은 4월 고객 4만 407명의 정보를 메트라이프생명보험에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정당국, LG데이콤 세무조사 이어 유령콜 수사
LG데이콤 역시 ‘형님’들에 뒤질세라 큰일을 몇 건 벌였다. 최근 국세청은 LG유플러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조사가 올 초부터 진행된 LG데이콤의 정기 세무조사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LG유플러스도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국격에 걸맞게 잘못된 관습이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 직후에 세무조사가 단행됐기 때문이다. 이어 이현동 국세청장 역시 “일부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과거 세금을 보는 자세에 안주해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단순한 세무조사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LG데이콤은 과거 별정통신업체에 통신망을 불법 대여,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LG데이콤이 다른 통신사 가입자 350여명의 휴대폰을 유로 ARS 서비스로 발신하는 수법으로 비정상적인 통화, 소위 ‘유령콜’을 만들어 접속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LG데이콤은 지난해 허술한 웹사이트 관리로 인터넷전화(VoIP) 가입자들의 신상 정보와 이용 요금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무방비로 노출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최근 방송통위원회가 이에 대해 행정처분 최고 수준인 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LG유플러스의 회피식 대응
이쯤대자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하다. 자신이 맡기고 전에 저질러 놓은 사건을 수습하는데 온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것에 탐탁치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사건들은 회사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투영되기 때문에 억울하기까지 하다.
이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LG유플러스는 시종 회피식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과거 일이라 모른다” 혹은 “특정 직원의 비리 일뿐, 회사와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해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