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이미 1차 하청업체에 공사대금 지급, 책임 없어”
[매일일보=윤희은 기자] 포스코건설과 사이에 잦은 거래관계를 가져온 한 중견 인테리어업체가 도산하면서 이 업체로부터 2차, 3차 하도급을 받은 하청업체들이 미납금에 시달린 끝에 ‘연쇄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원청으로서의 의무를 다 해야 할 포스코건설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가 하청업체들이 해당 건설현장에서 유치권을 행사하자 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의 하청업체들은 “포스코건설에서 공사했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빚에 쫓겨 다니고 있는데 원청인 포스코건설이 이 같은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스코건설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1차 하청업체였던 선경종합인테리어가 도산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선경종합인테리어는 포스코건설에서 진행하는 인천 송도 하버뷰와 송도 센트럴 파크, 부산 서면 센트럴 스타의 인테리어를 시공 중이었다.문제는 선경종합인테리어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재하청 업체들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 이들 하청업체가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은 송도 하버뷰 현장 36억 원을 비롯해 수십 억 원에 달한다.그러나 포스코건설 측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초지일관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건설은 “우리 측에서 선경종합인테리어에 지불할 공사대금을 모두 결제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원청의 의무는 어디까지?
현재까지 파악된 하청업체들의 미지급 공사대금은 송도 하버뷰 공사건만 36억5천억원이다. 여기에 서면 센트럴스타와 송도 센트럴파크까지 포함하면 수십억원의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이와 관련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주장하는 미지급 노무비의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하청업체의 미지급 공사대금에 선경종합인테리어로부터 하청 받은 또 다른 공사건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파악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하청업체들이 주장하는 미지급 노무비 규모는 공사 당시 선경종합인테리어 현장소장으로부터 서명 받은 미지급 노무비 내역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측은 이 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송도 하버뷰 공사의 하청업체였던 거미건설 측은 “선경종합인테리어로부터 어음을 발행받을 당시 송도 하버뷰 이외에 다른 공사를 진행한 바가 없었다”면서 “이조차도 믿지 못하겠다면 대체 무엇을 근거로 대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송도 하버뷰와 송도 센트럴파크를 공사했던 효성개발 측 역시 “어음을 발행할 당시 선경 측과 진행 중인 거래는 포스코건설과 관련한 공사밖에 없었다”며 “우리 측에서 지급받지 못한 노무비에 대해 포스코건설과 관련한 공사건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현장소장의 사인이 들어간 내용증명과 어음 뿐”이라고 설명했다.문제가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여전히 일말의 타협 의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동사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입장에서 선경종합인테리어에 지불해야 할 모든 금액을 지불했으며, 부도 후 발생한 미지급 금액에 대해서도 이미 공탁처리를 끝냈다”고 밝혔다.선경종합인테리어를 통해 모든 공사대금을 지급한 이상 선경종합인테리어 이하의 하청업체에 대해 포스코건설이 책임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선경종합인테리어의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보통 중간 하청업체에서 부도가 나면 원청에서 어음 금액의 30~40% 선으로 협상한 뒤 지급하는 것이 ‘관례’인데 포스코는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며 “대기업으로서 어떻게 이런 ‘주먹구구식’ 방관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유치권행사에 폭력으로 대응?
하청업체들의 마지막 선택은 유치권행사였다. 송도 하버뷰와 송도 센트럴시티, 서면 센트럴스타에서 공사를 진행했던 하청업체들이 제각기 공사 현장에서 유치권 행사를 시작했다.그러나 마지막 지푸라기였던 유치권 행사도 소용이 없었다. 송도 센트럴시티에서 유치권을 행사했던 한 하청업체는 “공사현장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면 포스코건설 쪽에서 완력으로 끌어내는 등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쫓아냈다”면서 “공사현장에서 한 개 층을 점거하는 등 가능한 한 완강하게 유치권 행사를 해보려고 했으나 별 효력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이러한 가운데 하청업체들을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송도 하버뷰에서 유치권 행사를 진행하던 거미건설 관계자들에게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이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거미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유치권 행사를 진행하던 거미건설 관계자 2명에게 포스코건설 관계자 30여명이 폭력을 가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은 거미건설 관계자 2명을 강제로 잡아끌어 바깥으로 내쫓았으며, 이 사건으로 평소 간질 등 지병을 앓고 있던 거미건설 최모 씨가 큰 부상을 입었다.그러나 이 사건은 1월 21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의 진술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였다.거미건설 측은 이 같은 처분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측에서 목격자와 증언을 조작하고 자신들의 증언은 묵살해 버리는 등 조사과정에 있어서 불합리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거미건설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측과 우리 측의 주장이 완전히 정반대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의 대질신문 없이 포스코건설 측의 증언만을 토대로 해서 판결을 내렸다”며 항고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검찰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사건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면서 “현장에서 포스코건설 직원과 거미건설 측에서 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30명을 동원해서 폭력을 저질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했다.이에 앞서 거미건설은 유치권과 관련해 법원에 제기한 ‘점유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지난 12월 13일 기각 판정을 받았다. 거미건설은 이 판결문에 기재된 “민법 제 204조에 의한 점유회수의 소를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점유를 회복하게 되면 유치권을 되살아난다”는 법원의 권유에 따라 ‘점유물 반환 청구권’과 관련한 소송을 다시 제기할 계획이다.거미건설 관계자는 “한창 유치권 행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 연수경찰서 조사과에서 직접 조사를 거친 뒤 (유치권 행사에 대해) 적법하다 판단했던 적도 있었다”며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걸고 행사하는 유치권인 만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