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한사태는 최고경영자 '3인방'의 퇴진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회장 후보군을 둘러싸고 전임 회장과 사장이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내분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 이사회 특별위원회는 오는 14일 최종 후보를 선정한 뒤, 21일 이사회와 3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류 대행은 라응찬 전 회장이, 한 이사장은 신상훈 전 사장이 후방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분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한동우·고영선 전 신한생명 사장의 이름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강 위원장의 경우 라 전 회장과 오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라 전 회장 측이 류 대행과 함께 회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관출신' 인사에 대한 노조의 반대가 거센 데다, 다른 금융지주 CEO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어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신한사태에 깊숙이 연루됐던 본부 직원들은 대부분 지점으로 이동하고 일부 해외지점 인사들도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신상훈 사장파에 대한 응징"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회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자 직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 노동조합은 "신한사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회장 선임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견제에 나섰다.
또 라 전 회장 등 '3인방'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지주회사 등기이사직에서도 즉각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금융당국도 경고에 나섰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신한금융 회장을 둘러싼 내부 파벌경쟁에 대해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사태 발생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부 파벌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개탄할 만한 사안"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신한사태 주역들의 힘겨루기로 새로운 회장 선출이 늦어질 경우 당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당국의 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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