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복귀, 당 2차 분화 재촉발 가능성 모락모락…범여권 내심 기대(?) 눈치
[140호 정치] 갈길을 못잡고 헤매는 열린우리당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컴백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부터 장관으로서 임기를 시작한 유 장관은 국민연금법 처리와 관련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고, 청와대는 사의 수용을 유보 중이다.
그러나 그가 당으로 컴백한 뒤 ‘리틀 노무현’으로서 대선출마까지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터라 그의 ‘사의’ 표명은 단순히 국회를 상대로 연금법 개정 입법을 압박하는 차원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 장관이 이른바 ‘명예퇴진(?)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대선정국을 향한 정계개편 틀 속에서 뭔가 꿍꿍이 속이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의심인 셈이다.
즉 정치권은 이번 유 장관의 사의 유보에 대해 청와대가 여론의 힘을 빌려 오히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정책을 관철시켜나가는 의지를 내비침과 동시에, 그가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구상하는 대선 밑그림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유 장관은 복지부의 아주 중요한 과제와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때까지 장관 직무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정치 전문가들은 없는 듯 하다.범여권 통합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씨름’을 하는 모습이지만, 민주당 중심의 중도정당건설론을 내세운 박상천 대표가 압도적 지지로 선출됨으로써 사실상 그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는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결국 개별탈당 혹은 또 다른 집단탈당 행렬로 자칫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우리당은 이를 극복해야 할 확실한 모멘템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 대안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격인 유시민 장관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데, 정치 전문가들은 유 장관이 컴백할 경우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소통통로’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당내 친노세력의 자연스런 재결집이 바로 그 것인데, 이는 통합작업의 걸림돌인 ‘반노(反盧) 진영’의 이탈 흐름을 촉발시켜 ‘노무현發 여권 통합’ 작업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정치권은 유 장관의 사의표명을 일종의 ‘배수진’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유 장관은 이와 관계없이 사실상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며 “(청와대가) 조만간 사표를 수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유시민 사퇴 ‘시간문제’
이렇기 때문에 유시민 사퇴는 ‘유동적’이 아니라, 이제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그가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반유시민 정서 넓고 깊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 장관의 단점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유 장관이 경청해야할 부분”이라며 “그러나 국회의원이 본업인지 부업인지 모르는 의원일 수록 불만을 갖는 측면이 있다”며 유 장관의 편을 들어줬다. 장 원내대표는 “유 장관은 뚜렷하게 장단점을 갖고 있다. 자기 소신 갖고 자기 발언을 분명히하고, 정책이 결정되면 신명을 바쳐 추진하는 장점도 있다”면서 “당에 복귀하면 의원과 당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외견상 열린우리당이 각자의 정파적 이해 등에 따라 찬반 양론으로 급속히 나뉘고 있고, 이는 심각한 당분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탈당파 등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은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탈당그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이 연대하는 과정 속에서 통합논의의 새로운 돌파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하지만 범여권 대통합을 갈망하는 세력에서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유 장관의 복귀가 통합논의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 장관이 당에 복귀한 뒤 ‘조용한 중재자’ 역할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커, 예전처럼 친노 대 반노 전선으로 이어지거나 이로 인해 당이 쪼개질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것이다.장영달 원내대표가 “유 장관도 말을 알아듣는 분”이라며 “말귀를 알아들어 일을 잘 하는 방향으로 힘을 합쳐갈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이런 상황을 조심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