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떳떳한 증여’ 재계에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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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떳떳한 증여’ 재계에 불똥 튀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04.1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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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 남매 3500억원 증여세 납부

[139호 경제] 신세계 오너 일가가 국내 최대 규모인 3천500억원대 주식을 증여세로 납부하면서 재계에 신선한 충격과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신세계는 지난달 29일 정용진 부회장이 작년 9월 부친 정재은 명예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신세계 지분 84만주(4.46%)에 대한 세금으로 37만7400주를 국세청에 납부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정 명예회장에게서 받은 주식 63만4571주(3.37%)에 대해 28만5556주를 세금으로 냈다. 물납한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정 부회장 2천억 원, 정 상무는 1500억 원대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이마트 산린점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구학서 부회장이 “깜짝 놀랄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겠다”고 말한 이후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로 대기업 상속 문화에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여타 재벌 그룹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 그동안, 국내 재벌 기업들은 각종 편법 승계로 논란을 가져왔지만, 앞으로 경영권이나 지분을 승계할 때 신세계 증여세 규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함에 따라 정 부회장과 정 상무의 신세계 지분은 각각 9.32%에서 7.32%로, 4.03%에서 2.52%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은 이명회 회장 지분(15.33%)을 포함해 28.7%에서 25.2%고 감소했다. 한편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증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신세계측의 설명이다.신세계가 이처럼 역대 최고액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납부하면서 재계 다른 기업들의 상속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상속, 증여세 납부 가운데 최대 규모는 교보생명 신용호 창업주의 유족들이 낸 1830억 원이었다. 이어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부회장 형제가 1714억원의 증여세를 냈고, 대한전선 고 설원량 회장 유가족이 1355억 원, 태광산업 고 이임룡 회장 유족이 1060억 원 등을 납부한 바 있다. SK그룹 최종현 회장 유족은 730억 원,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유가족은 300억 원을 냈다.

신세계 3천500억 증여세...한 집안 삼성은 얼마나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하는 신세계의 세금 납부와 관련해 특히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곳은 한 집안인 삼성그룹. 국내 최대 재벌 그룹인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87년 타계한 후 이 회장의 삼남인 이건희 회장은 70억 원의 상속세를 냈다. 이 회장의 장남이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사촌지간인 이재용 전무는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약 28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납부했다. 물론 이 전무의 경우 아직까지 상속을 마무리 지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어느 정도의 증여세를 납부할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전무는 이미 증여세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의 비난 여론을 한 차례 겪은 바 있다. 이 전무는 지난 94년에서 96년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1억4천만원을 비상장 회사였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에 투자했는데, 이들 회사가 상장돼 539억 원의 차익을 올려 이를 통해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1539억원의 이득을 취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로 각각 60억원, 969억원의 이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낸 세금이라고는 현금 61억4천만원에 해당하는 16억원만을 납부했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재용 상무(당시는 상무)는 주식투자 수익에 대해선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비상장계열사의 주식 등을 통해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하고도 단 16억 원의 세금만을 내는 것에 그쳤다”는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 역시 지난해 비상장 계열사 글로비스를 이용한 편법 승계와 관련해 세간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 방식은 재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편법, 불법 승계 관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그동안 국내 재벌그룹 오너 일가들은 수백,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상속받고도 되도록 적게 세금을 내고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경향이 강해, 이것이 국민들에게 반 기업 정서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돼 왔다. 이럴 때마다 재계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상속세율이(현행법상 30억원이 넘는 증여 및 상속에 대해서는 세율 50% 적용) 자칫 기업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내놓곤 했다. 때문에 신세계 정 부회장 남매의 ‘떳떳한’ 증여세 납부는 재계의 습관적인 편법 승계 문화를 바꾸는 신선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얻는 것이다. 신세계의 모범 경영권 승계 선례로 인해 삼성을 비롯한 재벌 기업들은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물림은 할 수 없게 됐고, 이는 상당 기간 재계의 ‘숙제’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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