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범죄 잇따라 발생…유사 석유 판매, 송유관 구멍 뚫기 등 유형도 다양
[매일일보] 기름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때 아닌 기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의 승용차에서 몰래 기름을 빼내는가 하면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친 조직폭력배도 나타났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7일 남의 차에서 기름을 훔친 혐의로 김모(46)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4일 오후 10시45분께 당진군 신평면의 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이모(52)씨의 화물트럭에서 경유 20ℓ를 몰래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승용차에 기름이 떨어졌는데 기름 값이 너무 올라 남의 차에서 기름을 훔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억대의 기름을 훔쳐 판매한 조폭 A(32)씨 등 4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B(31)씨 등 3명을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공범 3명을 추적 중이다.
A씨 등은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심야시간에 경산시 진량읍 대한송유관공사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수법으로 수차례에 걸쳐 경유 8만4000여ℓ(시가 1억4000만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A씨가 훔친 기름을 자신의 정유회사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주유소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가운데 3명은 각각 대구와 경주, 구미의 조직폭력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사석유를 판매했던 조폭들이 최근 기름값이 치솟자 많은 이익금을 내기 위해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치솟는 기름값에 유사석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씨 등은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월드컵공원 공영주차장에서 관광버스 운전자 10여명에게 약 25만ℓ(시가 5억8000만원 상당)의 보일러용 등유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사석유 판매 업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말 영월의 한 주유소가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됐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 업소는 자동차용 경유에 등유 등을 50% 가까이 혼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대문구 그린벨트지역 내에서 유류저장탱크 등 갖추고 10억원 상당의 세녹스를 보관·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구에서 자가용 운전자를 상대로 2억2000만원 상당의 유사석유를 판매한 일당도 덜미를 잡혔다.
부산에서는 공장 내 유류저장탱크 등을 갖춘 공장을 차려놓고 유사휘발유를 제조·판매해 모두 23억2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실제로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업소는 증가추세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유소의 비정상적인 석유제품 판매가 대구에서는 153건, 경북에서는 209건 적발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이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2008년 39건이던 것이 지난해 67건으로 증가했다. 경북은 같은 기간 43건에서 98건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전국에서는 지난해 1190건으로 집계됐다. 2009년(763건)보다 급증한 것이다.
업체별로는 SK주유소가 140개 업체로 가장 많았다. 이어 ▲S-oil(98곳) ▲GS(89곳) ▲현대오일뱅크(81곳) 등의 순이었다. 이들 업소들은 리모컨 조작, 이중 탱크, 이중 배관 등 지능적인 방법으로 유사석유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유사석유사범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식경제부, 한국석유관리원,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이달부터 6월까지 불법 유사석유사범을 단속할 방침이다.
주요 단속 대상은 ▲대형 정제·제조시설을 갖추고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행위 ▲세녹스 등 길거리 유사석유제품 판매, 인터넷 등 이용 배달 판매행위 ▲조직적 공생판매, 조직폭력배 개입 등 불법행위 ▲송유관 유류 절도 등 기타 유류 절취행위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시대를 맞아 기름을 훔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또한 유사석유 판매자는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를 찾게 되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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